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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3
부부가 직접 고친 52.8㎡ 신혼집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26년 된 빌라가 젊은 부부에게 딱 맞는 새집으로 탈바꿈하기까지. 남편과 아내의 의기투합이 빛을 발한 작은 집을 엿본다. 취재 김연정 사진 변종석 ▲ 거실과 침실 사이 벽을 없애고 설치한 블랙 프레임의 유리문 너머로 부부만의 아담한 공간이 자리한다. ▲ 소파 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확 트인 전망이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고즈넉한 동네 중 하나, 연희동. 우연히 들린 중개사무소에서 남편이 원한 뒷마당과 아내가 원한 전망, 모두를 갖춘 집을 발견했다. 둘이 가진 예산만으로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던 곳이라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계약을 감행했다.동네 꼭대기에 위치한 26년 된 52.8㎡의 빌라는 누구나 선호할 만한 조건의 집은 아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외관과 내부구조 등 손댈 곳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왕 마음먹은 일, 제대로 고쳐보자며 부부는 의기투합했다. 효율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신혼인 두 사람이 살기에 충분히 넉넉한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예상보다 집을 저렴하게 구입한 덕분에 최대 2천만원을 예산으로 잡고 전체적인 집의 이미지와 공사일정, 시공 순서를 고민했다. 비용 절감은 물론, 최대한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공사 기획, 스케줄 관리, 각 공정의 전문업체 섭외, 현장 관리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진행하기로 하였다.가장 먼저 기본 골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철거했다. 작은 집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낮은 천장을 제거하고 드러난 박공지붕은 공간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워낙에 좁은 공간이라 거실과 안방을 굳이 나눠 사용하기보다 하나로 통합하여 각 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철거와 미장, 전기배선작업, 창호교체, 타일마감 등 전문가의 손길을 요하는 작업은 각각 업체를 섭외해 마무리하였다. 이밖에 전체 도장, 주방공사, 뒷마당 데크, 콘센트 및 조명교체, 방문 제작 같은 디테일한 작업은 두 사람이 한 달 동안 땀 흘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 기존에 있던 싱크대 상부장을 떼어내니, 뒷마당이 보이는 숨어 있던 창이 발견되었다. ▲ 침실에서 바라본 거실 Interior Source Living room벽 : 삼화 친환경페인트(흰색/반광) / 바닥 : 600×600 수퍼화이트 유약 폴리싱 타일커튼 : 이케아 / 대리석 : 테이블 인터넷소파 : 찰스퍼니처 / 소파 쿠션 : 자체 제작1인용 리클라이너 : 까사미아 / 찬넬 : 손잡이닷컴(자체 제작)찬넬 위 액자 : VICO / 카펫 : 이케아방문, 슬라이딩도어 : 자체 제작신발장 : 씽크공장신발장 위 자석칠판 : 이케아조명 : 방폭등 이용(자체 제작)액자 : VICO측면 벽 작업대 행거 : 이케아책상 다리 : 인터넷 주문 제작책상 상판 : 나무모아 Kitchen하부장 : 씽크공장상판 : 나무모아그릇장/벽 그릇 행거 : 이케아그림 : VICO캣타워 : 자체 제작보관함 : BRUTE Bedroom조명 : 까사미아화분 : 직접 구입(고속터미널)그림 : VICO침대 : 라비코침구 : 자체 제작커튼 : 이케아거울 : 까사미아 Terrace어닝 : 연우시스템선반장 : 이케아야외테이블 : 홈플러스 ▲ 천장을 들어내고 나서 발견된 현관 위 작은 공간은, 그 모습 그대로 살려 아기자기한 그림 등을 놓아두었다. ▲ 화이트 타일과 조화를 이룬 블랙 싱크대는 부부의 의견을 반영하여 주문 제작했다. ▲ 주방과 연결된 공간. 천장과 가벽 철거를 통해 뒷산과 연결된 마당의 나무들이 창 너머 풍경을 만들어낸다. ▲ 숲에 가려 있던 작은 마당을 다듬고 정비한 다음 데크를 깔아주었더니 부부만의 공간이 덤으로 생겼다.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전원속의내집
조회 1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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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3
마당과 전망, 소통을 모두 담은 집, ALL-INCLUSIVE
어려운 조건이 때때로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사다리꼴 대지와 북동향의 악조건을 극복하고 넉넉한 마당과 운중천, 청계산 풍경을 안으로 들인 판교 단독주택이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대지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 올린 집은 모서리를 활용해 발코니를 두었다.▲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옥상정원House Plan위치 : 경기도 성남시 대지면적 : 250.10㎡(75.66평)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건축면적 : 123.77㎡(37.44평)연면적 : 250.83㎡(75.88평)건폐율 : 49.49%용적률 : 80.65%주차대수 : 2대최고높이 : 10.45m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구조재 : 벽 - 철근콘크리트, 지붕 - 무근콘크리트 위 우레탄 도막방수지붕마감재 : 옥상정원 - 배수판 위 천연잔디, 포셀린 타일단열재 : 외벽 - 비드법단열재 2종 3호 150㎜, 지붕 - 압출법보온판 1호 170㎜ 외벽마감재 : 벽 - STO 습식마감, INAX 외장타일, 천장 - 방부목 위 스테인 도장 창호재 : 레하우 39㎜ 삼중유리 설계 및 시공 : 블루하우스코리아㈜ 031-8017-5002 www.koreabluehouse.com설계 : 정기홍, 감은희 시공 : 반성우, 김장홍 인테리어 : 송시준흐르는 운중천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 보면, 줄 이어 서 있는 판교주택단지의 집들을 차례로 만난다. 그중에 제법 넓은 마당이 있는 집 한 채가 있다. 단순한 선에 무채색의 컬러로 모던함을 더한 2층 주택이다. 주택 설계를 맡았던 블루하우스코리아 정기홍 본부장은 “사다리꼴 형태에 1.7m 높이의 경사, 북동향까지 어려운 조건을 고루 갖춘 곳이었다”며 처음 대지를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을 전했다. ‘예쁜 집도 좋지만, 살기 좋은 집을 원한다’던 건축주는 여기에 꼭 이루었으면 하는 두 가지 희망 사항을 내걸었다. 잔디마당을 최대한 확보해줄 것과 집 안에서도 운중천과 청계산을 향한 조망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집의 진입로 쪽에서 바라본 모습.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입면을 보여준다.▲ 거실에서 바라본 다이닝룸과 주방. 2층은 LDK 구성으로 거실, 식당, 주방 공간이 하나로 연결된다.▲ 2층에 위치한 거실은 적절하게 낸 창으로 채광이 좋다.필지 상당수가 70~80평형대로 이루어져 있는 단독주택단지에서 정해진 건폐율, 공유외부공지, 대지경계선 등을 지키고 나면 원하는 크기의 마당은 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이곳의 집들은 대부분 필지를 꽉 채워 앉혀져 있고 덕분에 건물들이 가까이 붙어 있을 수밖에 없다. 건축주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히 반영하기 위해 고심한 설계팀은 대지가 가진 단점을 오히려 집의 장점으로 풀어냈다. 예정에 없던 지하층은 대지 경사를 활용해 자연스럽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집을 안쪽 도로변으로 최대한 붙여 짓고 하천이 있는 도로의 2.5m 이격 거리를 활용해 넉넉한 크기의 마당 면적을 확보했다. 세 아이의 방을 1층에 두고 LDK 구성의 주 사용공간과 안방을 2층에 배치한 것은 마당을 넓히고, 2층 창들을 통해 바깥 조망과 남쪽 채광을 집 안으로 충분히 들일 수 있도록 한 묘수였다. 이러한 배치는 주택의 수직 동선을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도 한다. 식구들을 한데 모아주는 구심점인 2층 공간을 거쳐 지하층부터 옥탑 서재, 옥상정원까지 집 전체를 충분히 오르내리며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탁 트인 전망이야말로 전원주택의 매력이라 생각했던 건축주는 거실 두 면 전체를 통유리로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단열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우려한 설계팀은 이를 만류했고, 건축주 역시 쾌적한 주택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절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옥상정원은 밖으로 시원하게 열린 공간을 원했던 건축주가 특별히 요청한 공간이다. 이를 위해 공법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하고, 목구조보다 열교에 취약한 구조임을 감안해 외벽과 지붕은 모두 외단열 시스템을 적용했다. 인테리어는 유리, 금속 등의 소재와 모노톤 컬러를 배치하여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구 또한 모노톤으로 통일감을 주었고 친환경 E0 등급의 자재를 사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지하층 외벽에는 압출법단열재를 둘러 단열과 방수층 시공도 꼼꼼히 했다.▲ 모노톤의 컬러 배치와 차가운 느낌의 소재를 사용한 주방은 모든 기기를 빌트인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다.Interior Source내벽 마감재 : STO친환경 도장, 패브릭스타일 벽지 바닥재 :대리석 복합타일, 하로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자기 & 도기타일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바스 주방, 붙박이가구 : 리빙플러스 박상욱조명 : 링크맨, 을지로 국제조명계단재 : 미송합판 위 우레탄도장현관문 : YKKap 베나토 현관문 방문 : 무늬목 위 백색도장데크재 : 합성목재▲ 옥상정원과 바로 이어지는 서재. 주방의 오픈된 천장과도 연결된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본 2층 모습. 부분적으로 오픈한 천장이 층과 층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아이들이 커갈수록 가족 간 대화가 사라져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전에 살던 아파트는 복도가 긴 구조였는데, 한 집에 있으면서도 할 말이 있으면 각자 방에서 문자를 보내곤 했죠.”건축주는 집을 짓고 난 후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소통’이라고 말한다. 각 층의 천장 일부를 오픈하여 통유리 난간으로 마감한 덕분에, 주방에서 요리하면서도 아이들과 바로 대화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곧 봄이 오고 잔디에 초록이 더해지면 야외에서 온 가족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늘어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동안 미처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전원속의내집
조회 2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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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여운이 남는 집에 관한 기록 / W+house
가족의 머릿속에만 그려져 있던, 깔끔한 외관의 집 한 채가 완성되었다. W+house는 집을 짓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그들의 수고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취재 김연정 사진 최봉국▲ 숲이 집을 감싸 안은 듯, 화이트 외관과의 어우러짐이 멋스럽다.House Plan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대지면적 : 460㎡(139.15평)건물규모 : 지상 2층건축면적 : 110.09㎡(33.30평)연면적 : 153.01㎡(46.28평)건폐율 : 23.92%(법정 40%)용적률 : 33.06%(법정 100%)주차대수 : 2대최고높이 : 8.2m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 지상 - 철근콘크리트조 + 경량 철골 구조구조재 : 벽 - 철근콘크리트조, 경량 철골 구조, 조적조 위 지정 도장, 발수제 도포, 지붕 - 철근콘크리트조, 우레탄 도막 방수, 무근 콘크리트, 투명 에폭시 코팅, 인조 잔디 취부지붕마감재 : 경량철골구조, CRC Board 11T 2PLY, 메쉬 위 지정 컬러 스터코플렉스 마감단열재 : 비드법 2종 가등급 100㎜, 열반사 단열재 10T외벽마감재 : 조적조 위 지정 컬러 도장, 발수제 도포, 지정색 드라이비트 마감 혼합창호재 : WIT. 77㎜ 알루미늄 단열바 시스템 창호, 3중 로이 유리 31㎜설계 및 시공 : 100 A 070-8860-9135 www.100ahouse.co.kr▲ 건물 한 면을 가득 채운 전면창이 내·외부 소통을 이끌어낸다.▲ 벽돌로 쌓은 입면에도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했다.2014년 2월 전원생활을 시작한 지 3달쯤, 아직 미완성된 담 너머로 두 돌 남짓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은 한 여성이 빙판길 차도를 지나 대문 앞 초인종으로 다가왔다. 전날 내린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가 오가는 차량에 이내 도로는 빙판길이 되어 버린,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는 될 듯한 날씨에, 누굴까?“저기 죄송해요. 집이 정말 예뻐요. 실례인 줄 알지만 집 구경 좀 할 수 있을까요?”흔쾌히 그녀에게 집을 보여주고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도 해주었다. 나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아이 아빠와 같이 저녁에 다시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집 근처 북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커피숍에서 우리들은 다시 만났다.아빠, 엄마,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9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와 엄마 품에 안긴 막내. 네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선 자리에 앉았다. 아이를 한 손에 안은 채로 또 다른 손으론 종이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하얀 우드락으로 몇 번은 떼었다 붙였다 반복한 흔적이 엿보이는 주택 모형이었다. 그러고선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꽤 많은 양의 주택 사진과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내놓았다.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느라 지칠 법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내내 엄마의 눈동자는 9살 아들의 그것처럼 초롱초롱했다. 집에 대한 이야기가 대략 끝날 때쯤 아이 아빠는 일정과 예산에 대한 간략한 계획을 말하곤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침묵은 나 스스로도 꽤나 길다 생각했으니 아마 그들은 더 길게 느꼈을 테다. 아이 아빠의 말을 듣기 전의 내 표정은 “네 가능합니다. 얼른 착수하시죠”였지만 예산을 듣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다.두 달여 전쯤 끝난 비슷한 규모의 전원주택 공사의 빠듯했던실행 단가와 비슷한 예산이었는데 이는 공사 이익을 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의 간절함에 얼른 정신을 차리곤 “네, 가능합니다”라고 말해버렸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전달받은 예산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함께 설계계약서를 작성하고선 서로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 거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몄다. 헤링본 바닥 패턴으로 단조로움을 피했다.다음날 아침, 점점 식어가는 커피와 아직도 끊지 못한 담배를 물고선 해가 중천에 오를 무렵까지 사이트에 머물렀다. 그때 생각한 내용은 사이트와는 전혀 상관없었고, 오랜만에 사춘기 때나 갖던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전날의 일이 발단이 된 것 같다. 그동안 많은 클라이언트를 봤지만 그들처럼 모형물, 수많은 이미지와 가족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구성, 그리고 상세한 설명들까지 준비해온 이는 없었다.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에 매우 흥분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던 듯하다.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그런 후 두 달 여쯤의 시간 동안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완료하고 드디어 첫 삽을 떴다.W+house의 사이트는 북한강을 마주한 산자락의 끝, 경기도 양평에 위치하였다. 당시, 대지 위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집을 지을지에 대한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건축주로부터 설계를 의뢰받고 처음 이 대지를 찾았을 때, 대지와 마주한 산자락 풍경에 넋을 놓았다. 마치 나 자신이 그것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연과 건축 그리고 인간의 만남으로, 분명 대지가 和(화)의 공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공간은 빛과 기록(White & Write)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게 될 사람들의 인생의 기록을 담을 수 있는 빈 그릇과 같은 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집의 건축은 단순하고 검박해야 했다. 이것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담아내기 위함이기도 하다.건축은 낯설수록 매력적이다. 이 공간은 볼수록 다른 얼굴을 그리며,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얼굴을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안은 가족만의 시간과 추억을 채울 수 있는, 빈 그릇 같은 공간이 된다.▲ 주변 경치를 품은 집의 모습이 아름답다.Interior Source내벽 마감재 : 친환경 모르타르, 회벽 연마, 투명 코팅 마감, 미송 합판 위 지정 컬러 스테인 도장 마감 혼합바닥재 : 에코 티크 브러쉬 원목 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주방 가구 : 자체 제작(미송합판 위 스테인 도장 틀, 컬러 금속 마감)조명 : LED 조명계단재 : 셀프 레벨링 위 논슬립 투명 에폭시 도장 마감현관문 : 자체 제작 (미송 합판 위 스테인 도장, S’STL 수퍼 미러 마감)방문 : 미송 합판 위 스테인 도장, 백색 하이그로시 마감붙박이장 : 자체 제작(미송 합판 위 스테인 도장 마감)▲ 거실은 심플한 화이트 벽면으로 마감했다.▲ 박공지붕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주방. 천장에서 내려오는 조명이 공간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높은 층고의 주차공간 / ▲ 심플한 욕실은 스틸 소재의 하부장과 돌 세면대로 포인트를 주었다.2014년 9월, 부부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키를 건네주었다. 어떠한 공간이 되었든 기분 좋은 첫 만남과 치밀한 과정의 시간이 없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을까.그들이 이삿짐을 정리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쯤 연락을 해왔다. 부모님, 지인들을 초대했었는데 모두 집이 너무 예쁘다 했다며 고맙다고 작은 선물까지 보냈다. 초인종을 누르고 찾아온 낯선 인연…. 참으로 보람된 작업을 한 것 같아 뿌듯함이 밀려왔다.‘W+house’에 살고 있는 가족은 외딴 곳에 집을 짓고 이삿짐을 풀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테다. 또한 집이 완성될 생각에 잠 못 이룬 밤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수고가 또 하나의 꿈을 이뤘음으로 바라보길, 그리고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글·최봉국 건축집단 100 A안광일, 박솔하, 최봉국 등 3명의 건축가가 이끄는 100 A는 2013년 개소한 건축사무소이다. 100 A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순수성, 수 이상으로 하나의 상징성을 갖는 100을 대하는 미학적 의견과 태도 그리고 그것과의 소통을 통한 정리와 해답의 인문적 기록을 건축으로 남기고자 한다.주요작품_ 양평 S house, 잠실 YAN 레스토랑, 양평 전원주택 단지, 포천 탐앤탐스, 홍대 cafe MOOA 외 다수※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전원속의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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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소박한 품위를 지닌 농가주택 / 송곡전가(松谷傳家)
그곳엔 5대에 걸친 가족의 역사와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불편을 덜어드리고자 결정된 신축인 만큼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늘 그곳에서 지냈던 것처럼 편안함과 익숙함을 유지하고자 했다.취재 김연정 사진 윤준환 ▲ 2층의 농가주택. 기존의 주택을 헐고 같은 자리에 필요한 공간을 재구성하여 완성했다.대지가 있는 마을은 유서 깊은 지역으로, 오래된 농가들이 너른 들과 나지막한 뒷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또한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노령산맥줄기는 여러 겹의 봉우리로 이어져 산세의 풍경이 아득하고 깊다. 마을은 원래 여산 송씨의 집성촌이었으며 80년대까지만 해도 꽤 번성했으나 현재는 50여 가구만 남아 있다. 그 중 설계를 의뢰 받은 곳은 5대에 걸쳐 살아온 집이며 여느 농가처럼 연로하신 부모님 두 분이 살고 계셨다. 떨어져 있는 자녀들은 연로하신 부모님을 좀 더 편히 모시고자 고민했고 가끔 가족들이 모였을 때 편히 묵고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에 새집을 짓기로 결정하였다.기존 집은 과거 초가집에서부터 몇 차례 지붕이 개량되었고 입식 주방으로 변모했다. 자녀들이 빠져나간 방들은 기능적으로 식당·거실의 역할을 하면서 김치냉장고 같은 전자제품과 책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겨울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처마끝선까지 창을 설치하여 단열기능을 보완했다. 이는 매개영역으로서 현관 역할뿐 아니라 각방으로 이어주는 복도 역할, 여름의 방충망, 긴 툇마루의 공간 확장 기능까지 한다. 이것은 오래된 농가 대부분이 취하는 형태의 모습이었다.▲ 주차장과 다용도실을 연결하는 부속동을본채에 직각으로 붙여 전면에 반듯한 마당이 생겼다. SECTION ASECTION B▲ 신축된 주택은 골목과 이웃에 열려있는 태도를 가지며 새로운 소통을 기대하는 집으로 변모했다.신축할 주택은 기존의 오래된 농가를 헐고 같은 자리에 필요한 공간을 재구성하여 2층 손님방을 추가하기로 했다. 가능한 노부모의 불편함과 관리의 어려움이 적고, 새집에 쉬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계획했다. 따라서 기존 주택에서의 삶의 방식 즉, 생활 동선이나 습관과 패턴 등을 최대한 새로운 집에 투사하여 새집의 낯섦을 완충하고 오래 살아온 집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기존 농가의 배치형태는 대지의 비정형적 형태에 순응하면서 본채는 남동향으로 노령산맥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지경계선에 붙은 두 채의 창고로 시야가 꺾이고, 주차까지 하게 되면 전면마당은 다소 좁아 보였다. 따라서 새로 계획된 배치는 기존 남동향 축에서 남향으로 10도 정도 돌아가 앉혔고 기능이 축소된 창고건물은 크기를 줄여 주차장과 다용도실을 연결하는 부속동으로 사용된다. 이를 본채에 직각으로 붙여 전면에 반듯한 마당을 가지게 하였다. ‘ㄱ’자 직각의 배치로 남북 축이 조정되면서 담장과 외부공간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장독대가 있던 북쪽 마당(뒷마당 텃밭)은 서재가 새로이 들어가면서 그 크기는 줄었으나, 뒤돌아 가지 않고서는 볼 수 없었던 뒷마당의 관계를 조망과 접근성으로 회복하였다.▲ 주현관이 있지만 긴 새시 창으로 드나들던 옛집처럼 전면 대청마루에서 오르거나 혹은 수돗가를 통해 다용도실, 주방으로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ㄱ’자 직각의 배치로 남북 축이 조정되면서, 기존과 달리 담장과 외부공간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 5대에 걸쳐 살아온 옛집의 모습실내로 들어가는 방법은 주현관이 있지만, 긴 새시 창으로 드나들던 옛집처럼 전면 대청마루에서 오르거나 혹은 텃밭에서 돌아오면 수돗가를 통해 다용도실, 주방으로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이곳은 골목과 이웃에 열려있는 태도를 가지며 새로운 소통을 기대하는 집이기도 하다. 진입골목에 면한 기존 담장과 대문을 없애고 얻은 진입마당(진입부 주차영역)은 기존의 사적영역이던 마당의 일부를 좁았던 골목(공적영역)에 할애했다. 더불어 이웃도 전면창고를 철거하면서 새로운 골목공간이 완성되었다. 이는 시각적 개방감이나 새로운 공간적 체험을 공유하는 것이기에 이웃과의 새로운 방식의 소통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개방된 전면 마당영역은 낮은 담장으로 분리하여 진입마당으로부터 온전한 안채마당 영역을 확보했고, 골목의 외부시선을 차단하여 사적인 영역의 의미를 부여했다.지붕이 있는 주차장은 골목에 면해 바람이 가장 잘 통하고 그늘진 공간이기에 한여름 지나가는 이웃에게는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벤치형태의 수납가구를 두었다. 아버님이 늘 머물던 긴 툇마루는 좀 더 반듯하고 넓어진 대청마루로 진화했다. 이는 거실의 공간적 확장감을 획득할 뿐 아니라 겨울에는 가장 긴 시간 햇볕을 받아들이는 장소가 되어 늘 이웃을 반기는 따뜻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House Plan대지위치 : 전라북도 대지면적 : 389㎡(117.67평)건물규모 : 지상 2층건축면적 : 141.49㎡(42.80평)연면적 :144.19㎡(46.62평)건폐율 :37.12%용적률 :37.83%주차대수 : 1대최고높이 : 6.8m공법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외벽 : 2×6구조목, 지붕 : 2×10 구조목)지붕마감재 : 컬러강판외벽마감재 : 적벽돌단열재 : 서까래 - 그라스울 R32벽체 - 그라스울 R21창호재 : 융기드리움 PVC이중창호(독일식 시스템창호)설계 : 박종민(스튜디오 모프) 010-6311-9938, www.studio-morph.com시공 : 최재철 이윤구 TCM 글로벌㈜ 02-589-1461, www.tcmglobal.co.krPLAN - 1FPLAN - 2FInterior Source내벽 마감재 : 제일벽지 BASIC + 실크벽지바닥재 : 구정 강마루욕실 및 주방타일 : ㈜엠투세라믹수전 등 욕실기기 : 로얄 TOTO주방가구 : 가나주방 장희열조명 : 모던 라이팅계단재 : 오크 집성판현관문 : 금만기업방문 : ㈜우딘 도어대청 마루재 : 캐나다산 SPF(Sprus pine fir) 1×4창호 실내 프레임: 캐나다산 햄록(hemrock) 18㎜▲ 주변 집들의 형태나 마감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적벽돌 마감에 경사지붕을 올려 디자인하였다.▲ 늘 머물던 긴 툇마루는 좀 더 반듯하고 넓어진 대청마루로 진화했다.외관은 주변 집들의 지붕형태나 마감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적벽돌 마감에 경사지붕으로 디자인되었고, 2층이 부담스럽지 않고 마을에서 느끼는 새집의 위화감을 최소화하려고 고민하였다. 다만 새롭게 앉혀진 직각의 배치형태가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던 마을 집들의 불규칙한 배치 구성에서 보면 다소 이질적인 선택이다. 따라서 옛집이 갖는 무형의 가치와 근거를 덮은 채 새집이 어떻게 마을의 새로운 구성 인자로 편입될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지켜 볼 일이기도 하다. 한 장소에서 한 가족의 삶이 150여 년 동안 대를 이어져 온 것을 생각해 보면서 주거라는 것이 한 개인의 삶에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기게 된다. 최소한 한 가족의 역사 속에서 개인의 삶을 지속하게 해준 고유의 실존적 준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용히 열린 자세로 삶의 풍경을 공유하고 이 마을의 유서 깊은 집으로서, 마을의 어르신 댁으로서 소박한 품위를 지닌 채 새롭게 마을 분위기의 중심이 되어, 자손들의 정신이 또 한 세대를 이어져 내려가는데 이 집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 글·박종민 > 박종민 건축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롯데건설에서 현장실무를 한 뒤 서울건축학교(SA)에서 다시 건축을 수학하였다. 양진석건축연구소에서 디자인 실무를 시작하였고, 현재는 studio MORPH 대표로서 주로 주택·근생 프로젝트 작업과 도시의 오래된 풍경을 담는 사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주요작품 _ 신사동 마나레스토랑 리모델링, 역삼동 섹터사옥, 서초동 근생빌딩 st1566-3 외 다수※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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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3
세 아이를 위한 이층집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아랫집에서 올라온다’며 잔소리하기 바쁘던 엄마·아빠가 결단을 내렸다. 이제는 마당에서, 집 안에서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다섯 식구의 목조주택이다.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2층 놀이공간. 1층 거실을 반층만 오픈해 나머지 공간을 다락처럼 만들었다.▲ 정남향을 바라보고 앉힌 집. 건축박람회 전시 모델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토목공사와 주차장 공사는 별도로 했다.House Plan위치 : 세종특별자치시대지면적 : 330㎡(99.83평)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건축면적 : 203.91㎡(61.68평)연면적 : 173.60㎡(52.51평, 주차장 면적 제외)건폐율 : 70%용적률 : 500%주차대수 : 2대최고높이 : 7.5m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구조재 : 벽체 - 2×6 구조목(북미산 S.P.F), 지붕 - 2×8 구조목지붕재 : 이중그림자싱글단열재 : 크나우프 에코배트(지붕 - R32, 벽 - R21)외벽마감재 : KMEW 세라믹사이딩, 적삼목, 알루미늄창호재 : 융기드리움 22㎜ pair 시스템창호 2중 1겹 로이 코팅설계 및 시공 : 윤성하우징 1566-0495 www.yunsunghousing.co.kr건축비 : 3.3㎡(1평)당 550만원▲ 남향이라 채광이 좋은 거실. 내부는 화이트와 우드의 조화로 편안하면서도 깨끗하다.아직은 지어진 집보다 빈터가 더 많은 세종시 한 택지지구에 신정호, 김수영 부부와 장난꾸러기 아들 민기, 민서, 민재 가족이 자리 잡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대전의 한 아파트에 살았는데, 한창 뛰어놀 사내아이 셋이 있는 집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단연 ‘층간소음’이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내 집을 누빌 수 있었으면 하던 차, 정호 씨는 마침 적당한 땅을 봐두었고 여기에 집을 짓기로 했다. 근처에 국제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등이 모여 있어 교육 여건도 최적인 곳이었다. 정호 씨의 직장이 여전히 대전에 있기는 하지만,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어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인터넷에 ‘세종시 이상한 집’이라고 검색하면 우리 집이 나와요(웃음).”집은 건축박람회 전시 모델을 그대로 옮겨왔다. 몇 조각으로 해체한 집을 현장으로 가져와 그대로 재조립하는 방식이다. 하룻밤 사이에 내외장이 완벽하게 마감된 목조주택이 한 채 생겼으니 주변 사람들에겐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을 게다. 정호 씨는 집짓기를 결정한 후 여러 군데 상담을 받아봤지만,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공사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 이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오는 봄 즈음으로 생각했던 입주 날짜도 훨씬 앞당길 수 있었다.Interior Source내벽 마감재 : LG하우시스 실크벽지 테라피바닥재 : LG하우시스 강화마루 포르테욕실·주방 타일 : 포인트산업 이태리·스페인 수입타일 욕실기기 : 대림바스주방가구 : 맞춤가구 우노조명 : 프로라이팅, 비비나라이팅계단재 : 애쉬 계단재현관문 : 코렐 시스템창호방문 : 예다지 abs 인테리어 도어아트월 : 토탈석재 데저트 베이지붙박이장 : 맞춤가구 우노데크재 : 햄퍼 레드파인 21×120×3600◀ 다용도실 - 싱크대 - 식당으로 연결되는 효율적인 동선의 주방 ▶ 싱크대에서 바로 연결되는 식탁. 요리 후 음식을 바로 내어놓기 편리하다.▲ 주차장에서부터 1, 2층을 잇는 계단실이 집의 중심에 놓여 있다.경사면을 이용한 주차장은 별도의 토목공사를 해서 만든 것이다. 그냥 흙을 채워 평평하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공간을 버리기 아까워 거실과 연결되는 널찍한 주차장으로 활용했다. 주택 외관은 화이트 컬러의 세라믹사이딩에 금속 후레싱, 2층 발코니의 적삼목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단순한 선을 강조한 박스형 매스로 모던함을 더했다. 평지붕처럼 보이는 지붕은 경사지붕에 담을 둘러 만든 것으로, 외관디자인의 완성도와 목조주택 지붕의 배수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주택 내부 역시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하고 오크 색상의 무늬목을 더해 심플하게 연출했다. 오르내리는 생활동선을 고려해 계단은 집의 중심에 두고, 벽이나 데드스페이스 등을 활용해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실 구성은 1층에 안방, 거실, 부엌 등 부부공간과 공용공간을, 2층에 아이들만의 공간을 두어 층별로 성격을 구분했다. 특히 1층 거실은 천장을 완전히 오픈하지 않고 1.5층만 오픈해 그 위의 공간을 다락처럼 구성했는데, 덕분에 세 아이에게는 넓은 놀이 공간이 생겼다. “단독주택에서 아이들과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집을 지은 후, 이 가족에게는 식구가 더 늘었다. 마당을 지키는 강아지 한 마리, 데크를 짤 때부터 그 안에 자리 잡았다는 길고양이 가족까지 숫자로만 따지면 무려 아홉 식구다. 마당 한편에는 가족이 함께 가꾼 작은 텃밭도 있다. 조만간 마당에 벽돌을 쌓아 화덕을 만들어 다 함께 고구마, 감자도 구워 먹을 생각이다. 이제 막 시작한 주택 생활의 즐거움이 매일 조금씩, 차곡차곡 쌓여간다.PLAN – 1F / PLAN - 2F◀ 소품을 장식할 수 있는 선반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벽에 재미를 준다. ▶ 2층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공부방▲ 둘째, 셋째 아이가 함께 지내는 침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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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3
STUDIO HOUSE / 부부가 함께 쓰는 작은 공방 이야기 Nearby Craft
나무처럼 편안하고 순한 삶을 사는 최호정, 이상미 부부, 옹이가 있고 끌로 쪼아낸 흔적이 있는 수제의 가치가 더욱 귀한 지금 세상에 그들이 만드는 빵 도마와 나무 그릇, 집과 공방은 과연 어떤 모습이며 또 어떤 가치를 전할까.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참 곱다. 물건이 사람이랑 어쩜 이렇게 닮았을꼬….” 양평 문호리 강가에서 열린 리버마켓, 지나던 어르신이 한 이 말이 호정 씨 가슴에 박힌다. ‘내가 만든 것에 내 모습이 배어나는구나!’ 아니나 다를까 부부가 만든 돌멩이 접시, 책 붕어 빵도마, 달맞이 접시를 보니 이름만 고운 게 아니라 모난 곳 없이 참 착하다. 문득 그들이 이곳 양평에 자리 잡은 사연이 궁금해졌다.최호정, 이상미 씨 부부에게 시골은 먼 나라 같은 곳이었다. 특히 아내 상미 씨는 자기 입으로 ‘서울 촌사람’이었다 할 정도로 천상 도시 여자였다. 그렇게 당연한 듯 아파트 생활을 하던 부부가 양평으로 온 이유는 뜻밖에도 ‘행복하기 위해서’다.“첫째 아이 이유식 재료를 찾다가 한살림협동조합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대형할인점에 가면 사시사철 못 구하는 채소가 없잖아요. 근데 자연에서 나는 건 먹을 수 있는 계절이 따로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걸 그제야 알았죠.” 협동조합에서 발행하는 소식지가 그녀의 세계를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가 먹는 농산물을 누가 만드는지,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사는지 알게 된 건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짐작도 못 한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들이 만든 채소를 먹으며 또 하나의 관계가 맺어지는 것 같아 참 따스하고 좋았다. 그렇게 한 걸음씩 자연과 가까워지는 새, 부부는 10년 넘게 운영하던 웹디자인 회사를 차근히 정리하고 이곳 양평으로 걸음을 옮겼다. 취미로 시작한 목공이 또 마침 적성에 딱 맞아 부부는 결심했다. 빵 도마를 만드는 시골 목수가 되기로.니어바이 공방 공방은 적삼목으로 외부를 마감해 흰 벽으로 마감한 집과 구별되면서도 어우러지는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경량목구조임에도 실내를 넓게 만든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실내 한쪽 지붕에 구조목을 설치해 하중 일부를 분산하도록 만든 시공팀의 묘수였다. 공방 한쪽에 만든 카페 같은 공간은 승아의 소꿉놀이 장소임과 동시에 동네 사람들 마실 터이자 공방에서 만든 빵도마와 원목 식기류를 전시하는 전시장이기도 하다. 곧 따뜻한 봄이 오면 공방의 문을 열어젖히고, 마당 곳곳에 벤치를 만들어 손님들께 차 한 잔 대접할 생각에 벌써 가슴 두근대는 아내 상미 씨다. 단층 펼친 집 니어바이 공방의 살림집은 아침 햇살 드는 아내의 작은 주방과 뛰놀기 좋은 넓은 거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다락이 있는 작지만 알찬 공간이다. 집의 모든 공간은 마당을 중심으로 연결되는데, 아들 형원이 방 바로 앞으로 베란다 창을 내어 아이가 마당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도록 했다. 모든 공간에 아빠 호정 씨의 땀방울이 어려 있고, 엄마 상미 씨의 따스한 손길이 닿아 있는 집. 부부가 직접 만든 가구로 하나씩 채워가는 중이라 아직도 단장 중인 집의 다음 번 과제가 궁금하다.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을 만드는 게 먼저일까, 아니면 세면대부터 만들어야 할까?널찍한 거실과 주방남쪽으로 난 창으로 온종일 햇볕이 들어 따스하다. 카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거실이다. 단단한 나무로 만들고, 아마씨나 호두 기름으로 표면을 정리한 도마는 쓰면 쓸수록 손때가 묻고 편안하며 친근하다. 오래된 가죽처럼 말이다. 부부가 만드는 식기도 그렇다. 아직은 그 가치와 쓰임을 알아주는 이가 많진 않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북유럽 가구는 비싼 대신 대를 물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집을 짓는 과정도 다르지 않았다. 니어바이 공방과 집은 단층 건물 두 채가 어우러진 배치다. 아들 형원이에게는 ‘아빠가 지은 집’으로 불리는데, 실제로 아빠 호정 씨는 집 짓는 전 과정에 참여했다. 한 달 넘게 목조건축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고 자신감이 붙은 그는 집을 설계하는 일도 도맡더니 지을 땐 막내 목수가 되어 개근도장을 찍었다. 졸지에 건축주 역할을 떠맡게 된 아내 상미 씨와 의논하기를 수차례, 마당을 중심으로 공방과 건물이 옹기종기 모인 집의 배치는 집 주위를 산책하며 사색의 공간을 곳곳에 심어두길 원한 아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사실, 아직도 집은 미완성이다. 구조체와 내·외부 마감을 마치고 시공팀이 빠지고 난 뒤 벽돌 쌓기, 잡석 깔기, 공방 페인트 칠하기는 모두 가족 몫으로 남았다. 주방도 나중에 만들었고, 심지어 건식 화장실 세면대는 아직도 구상 중이라 때로 바쁜 아침에는 공방으로 씻으러 내달리곤 한다. 아들 형원이 방과 딸 승아 방이 다락에서 만나도록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직 다락을 오르는 고정 계단도 없다. 계단을 만드는 것은 아빠가 하겠다 호언장담한 호정 씨 덕분에 형원이는 아직 간이 사다리 신세다. 승아 방의 옷장 겸 계단도 얼마 전에야 완성된 신상이다. 모든 과정을 힘들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들이다. 가족이 직접 만들어 나간다는 즐거움이 과정의 고단함보다 크기 때문일 거다.겨울철 핫플레이스, 난로 앞공방, 호정 씨가 직접 설치한 따뜻한 난로 주위로 사람이 모인다.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하고 때론 친구들과의 모임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곳이다. House Plan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조현리대지면적 : 660㎡(200평)건축면적 : 211.22㎡(63.89평)연면적 : 211.22㎡(63.89평)주택 - 113.34㎡(34.28평)공방 - 97.88㎡(29.61평, 다락 17.15㎡ 제외)건폐율 : 32% / 용적률 : 32%공법 : 기초 - 주택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공방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 지상 - 경량목구조구조재 : 벽 - 2×6 구조목 / 지붕 - 2×12 구조목 지붕마감재 : 징크단열재 : 그라스울 24K외벽마감재 : 주택 - STO 외단열시스템 / 공방 - 무절적삼목 베벨사이딩 창호재 : 사이먼톤 PVC 이중창호설계 : 건축사사무소 풍경 031-771-2964http://cafe.naver.com/ypbds시공 : 풍경하임안방소품 하나하나에 서정적인 정취가 묻어나는 안방 부부의 작업공방자동대패, 목선반, 스크롤쏘, 밸트쏘, 각끌기, 드릴프레스 등 각종 기계가 제자리를 잡은 공방 내부 모습이다.빵 도마와 플레이팅나무에 따라 빛깔도 옹이도 다른, 깊고 넓은 원목의 세계다. 동글동글 조약돌을 닮은 도마 위에 올린 빵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형원이와 승아의 다락방아들 방과 딸 방은 다락에서 만난다. 아빠는 이곳에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을 만들어주었고, 여기는 장난감이 쌓여있는 놀이터로 금새 변신했다. 복도, 사색의 공간현관으로 들어와 복도를 중심으로 각 실이 연결되어 있다. 복도 끝은 호정 씨가 직접 만든 의자가 있는 사색의 공간이다. 아내의 주방동쪽으로 창이 나 있어 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드는 아내의 작은 주방가족이 함께 한 집짓기 뼈대를 세우고 벽돌을 쌓고, 페인트를 칠하고, 수돗가를 만들었다. 온 가족이 참여한 색다른 경험이었고, 그래서 더 값진 기억이다. “외국에서는 접시에 음식을 예쁘게 담아내는 플레이팅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친숙하지 않죠. 아직은 저희도 몇십 년 써본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험하게 써보는 중이에요.”애써 만든 빵도마를 얼마 받아야 할지 몰라 헐값에 넘긴 적도 있고, 잼 나이프 몇 개 팔고 받아 든 삼만 원에 감격했던 시기도 보냈다. 단순해 보이지만 나무의 수종별 성질도 파악해야 하고 일일이 파내며 다듬어야 하기에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다. 한데 내년 즈음에는 집 뒤에 창고를 하나 더 지어 직접 원목을 말리고 제재해 가공까지 할 계획이라니, 호정 씨는 이제 진짜 목수가 되려나 보다.공방 작업과 함께 생활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요즘, 가족에겐 숙제가 하나 생겼다. 흉내만 내는 게 아닌, 진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다. 오히려 적응은 아이들이 빠르다. 지난봄, 잡초 하나까지 이름을 외가며 살뜰히 살폈던 형원이는 아빠가 예취기를 들고 마당을 정리하자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어느 자리에 어떤 풀이 있는지 다 아는 아들을 보니 부부는 오히려 기쁘다. 막내딸은 말할 것도 없다. 아파트에서의 기억이 전혀 없는 승아는 태생부터 자연의 아이다. 이곳 양평에서의 삶은 이렇게 아이들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되돌려 놓았다. 돈은 많이 못 벌지언정 자신들이 만드는 빵 도마와 나무 그릇처럼 둥글고 부드럽게 사는 가족. 행복한 사람이 접시와 도마를 만들고, 또 그걸 쓰는 사람에게 그 행복이 전해진다. 멀리서 찾는 게 아닌 아주 가까이에 있는 행복. 이것이 Nearby다. * 니어바이공방 | http://ioomdesign.blog.me※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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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9
STUDIO HOUSE / 모든 것이 해결되는 올-인-원 빌딩 Jackson Building
막 단장을 마친 새색시처럼 뽀얗고 화사한 건물 한 채가 베일을 벗었다. 바로 심우찬, 태윤정 부부의 스튜디오 하우스. 합정동 한적한 골목길에서 찾아낸 잭슨빌딩에는 4개 층에 각기 다른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결혼 전,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심우찬 씨가 늘 하던 말이 있다. “우리 집으로 와!” 들어보니 음주를 좋아하지도, 특별히 게임을 즐기지도 않는다. 그저 집에서 모든 게 이루어지는 게 좋단다. 이렇게 집사랑이 각별한 그가 결혼 후 2년이 지난 작년 11월,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집을 지었다. 합정동 잭슨빌딩이다. 잭슨빌딩이 그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시작한 영상제작 일로 ‘잭슨 이미지 웍스’라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우찬 씨는 직원들 해외여행도 보내줄 정도로 젊은 마인드이지만, 실상 수중에 가진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정을 꾸리고는 사무실 운영도 내실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고, 우연히 한 건축가가 설계한 리모델링 게스트하우스를 보고는 꿈을 현실로 만들자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설계자 조앤파트너스 조현진 소장에게 큰 소리로 한 약속이 바로 이거다. “사무실과 집을 합칠 거예요. 짓게 되면 꼭 당신에게 맡길게요!” 그로부터 1년, 부부의 인생에 다신 없을 큰 바람이 불었다. 당시 살던 복층 신혼집 1층을 작업실로 만들고는 회사를 원톱체제로 재구성했다. 대규모 인력이 필요할 때에는 외부업체와 협력하면 되니 무리 없는 개편이었다. 매달 나가던 몇 백만원 월세와 인건비를 절약해 건축에 들어갈 자금을 마련했다. 당시 커피 한 잔도 마음껏 못 사 먹었을 정도로 열심이었다니 아내 윤정 씨가 안쓰러워 한 것도 이해가 간다. 잭슨 이미지 웍스 작업실잭슨빌딩은 우찬 씨가 운영하는 영상제작 사무실 ‘잭슨 이미지 웍스’, 친구들이 모여 파티도 열고 수다도 떨 수 있는 펍 ‘빌리 진(Billie Jean)’, 그리고 부부의 보금자리가 한 건물에 층층이 쌓여 있다. 이중 1층 빌리진은 사람 만날 일이 많은 우찬 씨와 윤정 씨가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되는데, 전면을 폴딩창으로 구성해 날씨 좋은 날,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2층 사무실은 때때로 코웍(Co-work) 형태로 일하는 우찬 씨의 작업방식을 고려해 유리로 공간을 구획해 함께 일하되 간섭받지 않을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었다. 에어컨도 따로 달았을 정도라고 하니, 설계부터 동료를 신경 쓴 세심함이 돋보인다. 신혼부부의 살림집 3층부터 옥상까지는 부부의 신혼집이다. 3층은 거실과 주방으로, 4층은 침실과 욕실로 나눠 공간을 구성했는데 특히 침실과 욕실은 부부가 꿈꿔 온 로망의 실현이었다. 테라스가 있는 침실에서의 단잠과 별을 보며 즐기는 반신욕의 즐거움은 집 짓고 누리는 부부의 즐거운 호사다. 집에 꼭 맞게 모든 가구를 맞추고, TV가 필수인 우찬 씨를 위해 수신기와 전원을 꼽을 수 있는 콘센트는 보이지 않게끔 배선계획을 잡았다. 평면의 뾰족한 모서리를 최대한 숨겨 수납공간으로 삼고, 깔끔한 윤정 씨를 위해 화장실에는 청소용 수도도 따로 달았다. 부부가 원하는 모든 것이 알게 모르게 배려되어 있는 집의 건축면적은 채 42㎡가 되지 않는다. 낡은 건물 리모델링기존 건물이 준공도면과 다르게 지어진 부분들이 많아 철거 후에도 디자인 수정은 계속됐다. 건물이 가진 좋은 입지와 풍경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건축가는 개구부를 재구성하고 풍경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렇게 모은 돈을 들고 도심에서 고칠만한 집을 알아보길 한 달여, 수중에 가진 돈으로 집과 스튜디오까지 만들려니 발품을 팔아도 이만저만 판 게 아니었다. 그러다 이 낡은 삼각형 건물을 득템하고는 쾌재를 불렀다는 우찬 씨, 독특한 모양까지도 특별하게 느껴져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하지만 사실 윤정 씨는 낡은 건물의 첫 인상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단다. 과연 고쳐 살 수 있을까 싶었던 건물이 지금 모습으로 완성되기까지, 부부와 건축가는 그 험난한 여정을 함께 헤쳐왔다. 집을 고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실측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충 지어서인지 도면과 다른 부분이 속출했다. 수평이 맞지 않아 보강해야 하는 곳도 많았고, 설계를 한 차례 끝내고 비내력벽을 없애려 망치를 들고 보니 콘크리트 구조체로 되어 있는 내력벽이어서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을 건물과 함께 투닥거린 결과 1층부터 4층까지 모두 다른 색깔, 다른 이야기가 담긴 건물이 완성됐다. “영상 제작을 하다보면, 클라이언트가 간섭했을 때 결과물이 오히려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전문가의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그럼에도 참견하고 싶을 때가 분명 있었을 텐데, 꾹 참아낸 부부가 대단하다. 애초에 설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친밀감을 형성해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센스있게 캐치한 건축가의 눈썰미 덕일까, 아니면 종이에 빼곡히 원하는 바를 적어 건넨 아내 윤정 씨와 우찬 씨의 꼼꼼함 덕일까. 말하지 않은 것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맞춤형 건물이 탄생했다. 그러고 보니 화장실 타일이 위 아래 색이 다른 게 눈에 띈다. 깔끔한 윤정 씨 성격을 고려해 흰색과 회색을 섞어 쓴 건축가 조현진 씨의 센스다. PLAN - 2F / PLAN - 3FPLAN - 4FHouse Plan위치 : 서울시 마포구 대지면적 : 58.7㎡(17.76평)건물규모 : 지상 4층건축면적 : 164.28㎡(49.69평)연면적 : 41.07㎡(12.42평)건폐율 : 70%용적률 : 280%주차대수 : 1대최고높이 : 14.1m공법 : 기존 구조체 활용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구조재 : 외벽 - 철근콘크리트 구조 내벽 - 경량목구조(S.P.F)옥상마감재 : 철근콘크리트 구조 위 노출형우레탄 도막방수 위 데크지붕마감재 : 일부 아스팔트싱글단열재 : 외부 - 기존 비드법단열재 2종 3호 120㎜ 내부 - 열반사단열재 10㎜ 추가외벽마감재스타코 외단열시스템, 폴리카보네이트 단파론, 창호케이싱(갈바접기)창호재 : 필로브 시스템창호(알루미늄, 삼중 유리)설계 : 조앤파트너스 www.cho-partners.com시공 : 호아건축살림집 층을 잇는 계단살림집은 계단을 내부로 들여 공간을 수직으로 잇는다. 방과 욕실이 있는 4층은 일부러 문을 달아 겨울철 단열에 신경 썼다. 원목의 따뜻함이 배어나는 거실실내는 따뜻한 느낌의 원목과 친환경페인트로 마감했다. 특히 모든 층 천장에는 적삼목 각재를 이어 붙여 통일감을 주었다. 커뮤니티 펍 ‘빌리 진’마이클 잭슨을 좋아해 펍의 이름도 ‘빌리 진’으로 지었다. 우찬 씨의 비즈니스 미팅뿐 아니라 지인들도 함께 어울리는 곳이다.별이 보이는 욕실반신욕을 즐기는 윤정 씨에게 욕실은 정말 중요했다. 벽의 일부를 반투명하게 마감해 마치 노천온천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욕조 위 천창으로는 하늘이 보이고,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을 수 있다. 호텔 같은 침실편안하고 아늑한 침실은 부부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공간이다. 전면에는 우찬 씨가 좋아하는 테라스가 있고, 메이크업실 너머로는 윤정 씨가 사랑해 마지않는 욕실이 크게 자리한다. 영상을 제작하다 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밤이 늦어지면 혼자 있을 윤정 씨가 걱정되기도 했고 일찍 오면 남은 업무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정과 직장을 한곳에 모으니 일에도 훨씬 집중할 수 있고 사랑하는 아내도 늘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우찬 씨의 독려가 통했는지, 아내 윤정 씨도 최근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다니느라 분주하다. 빌리 진은 그녀의 전용 도서관이자 카페로 변신해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1층 펍에서는 지인과의 수다도 즐길 수 있으니, 지출을 줄인다는 단순함을 뛰어넘어 더 큰 가치를 선물 받았다. 무엇보다 어떻게 살 건지, 누구와 함께 살아갈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게 해 준 계기, 살아온 날보다 함께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부부의 미래에 든든한 주춧돌이 되어줄, 잭슨빌딩이다. - 잭슨 이미지 웍스 www.jacksonimageworks.com- 조앤파트너스 www.cho-partners.com※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전원속의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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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work + family / Studio Hwasa(스튜디오 화사)
파주에서 만난 한 건물에서 예측을 깨는 신개념 베이비 스튜디오를 만났다. 1층은 작업공간으로, 2층은 살림집으로 나눠 써 두 개의 생활이 공존하는 곳. 화장하는 아내 조예진 씨와 사진 찍는 남편 홍진광 씨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스튜디오 겸 주택, ‘스튜디오 화사’다.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코끝이 찡할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부는 날씨, 서울보다 추위가 매서운 파주의 한 마을에서 단순한 선을 가진 집 한 채를 마주했다. 법흥리에 막 지어진 이층집, 스튜디오 화사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출퇴근이 너무 힘들었어요. 늘 집에 사무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냈죠.” 건축주 홍진광 씨는 광고회사에 다니던 샐러리맨 시절부터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메이크업 일을 하는 아내 조예진 씨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면서 5년 후에는 함께 일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내자고 약속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처음에는 서울 시내에 번듯한 스튜디오를 얻을 생각이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인위적으로 세팅해 놓고 공장에서 찍어내듯 한 사진은 찍고 싶지 않았다. 아내 예진 씨도 사진의 결과물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 방송, 연예인 메이크업으로 13년간 뼈가 굵은 베테랑답게, 서로의 작업을 빛낼 수 있는 작업 공간을 원했던 것이다. 이러한 꿈을 이루자면 둘에게 맞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에서 스튜디오를 차렸을 때 내야 할 월 임대료와 지금 사는 아파트의 전세금을 가지고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더니 살 집과 스튜디오를 함께 짓는 게 더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오랜 기간 내 집짓기를 꿈꿔온 남편 진광 씨의 입이 귀에 걸렸음은 물론이다. 메이크업-포토 스튜디오1층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스튜디오를 계획하고 지어서인지 짜임이 독특하다. 5m 스팬의 넓은 거실 세 벽을 다른 모양 창으로 구성해 여러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고, 따로 메이크업 실을 구성해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정원과 실내가 연결될 수 있도록 폴딩도어도 달았다. 진광 씨와 예진 씨의 계획도 남다르다. 봄이 되고 초록이 파릇파릇 올라오면 데크에 예쁜 테이블과 찻잔을 두고 또래 손님들과 함께 편안한 티타임도 즐길 예정이다. 남편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매무새를 아름답게 만지는 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아내의 몫이다. 스튜디오 앞 야트막한 동산도, 예쁘장한 건물도 자연스럽게 사진의 배경이 되어 따뜻한 가정집의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할 공간이다.지율이네 살림집동쪽으로 나란히 난 창으로 아침 햇빛이 깊숙이 든다. 2층을 지을 때 단열과 창호에 특별히 신경 써서인지 바깥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지 며칠째인데도 찬 기운이라곤 한 올도 느껴지지 않는다. 계단과 화장실, 주방 등의 유틸리티 공간은 뒤쪽으로, 창이 있는 거실과 안방은 전면으로 배치한 단순한 구성이지만, 그만큼 많은 활동을 제약 없이 담을 수 있다. 주방과 식탁을 마주 보게 배치해 요리하면서 아이와 눈 맞출 수 있도록 했고, 장롱과 냉장고, 하다못해 세탁기까지 벽에 완벽히 숨겨 눈에 보이는 공간이 실제 면적보다 넓어 보인다. 도장 대신 벽지를 선택하고,비싼 원목 대신 결 좋은 합판을 선택하는 등 치장은 줄이고 속은 채운 집, 제한된 예산을 내실 있게 쓴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적은 식구에 딱 맞춘 아담한 실내간결하고 단순한 자연스러움을 선호한 부부의 취향에 따라 화이트톤의 기본 색상을 바탕으로 목재 루버와 포인트 조명으로 화사함을 더했다. 제한된 예산을 들고 온갖 매체를 섭렵하며 시공사를 찾아 헤매길 한참. 땅을 구할 때도 그렇게 힘들더니, 이건 뭐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2억원 이하의 시공비는 취급하지 않는다며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전화통화에서부터 무시하는 태도로 상처 주는 회사도 있었다. 그런 와중 한 곳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라는 답변을 듣고 미팅이 성사 되었다. 그 뒤 계약서에 도장 찍기까지 걸린 시간은 삽시간이었다. 비록 넉넉하지 않은 예산이지만 가족이 원하는 것을 빼곡히 적어온 건축주 부부의 열정이 통했던 걸까? 사실, 건축회사 블루하우스 코리아 대표의 아들과 부부의 딸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는 나중에야 전해 들은 에피소드다. 포토 스튜디오는 조명도 설치해야 하고, 장비도 들여놔야 하기에 널찍한 공간이 필요하다. 목구조로는 장스팬에 제약이 있기에 1층 스튜디오 부분은 콘크리트 구조로, 2층 살림집은 목구조로 지어졌다. 예진 씨가 밤잠 설쳐가며 고민한 도면을 기본으로, 연결할 실과 분리할 실을 구분하고 일과 살림, 두 가지 동선이 서로 겹치지 않게끔 조절하는 몇 차례의 설계과정을 거쳤다. 스튜디오는 정원과 통하되 살림집으로 오르내리는 동선이 거슬리지 않게끔 최대한 거리를 두어 자리를 잡았다. 일하는 도중 살림집에서의 동선이 작업장으로 흐르지 않도록 2층에서 따로 밖으로 나가는 쪽문을 달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PLAN - 1F / PLAN - 2F널찍한 스튜디오넓은 창과 야트막한 언덕으로 둘러싸인 마당이 사계절 자연스러운 무대가 되어준다. 일부러 담장도 설치하지 않아 대지 앞 완충녹지까지 스튜디오의 안마당처럼 여겨진다.House Plan대지위치: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대지면적: 250.20㎡(75.69평)건물규모: 2층건축면적: 77.76㎡(23.52평)연면적: 136.71㎡(41.35평)건폐율: 31.07%용적률: 54.64%주차대수: 1대 최고높이: 7.64m공법: 1층 - 철근콘크리트 구조,2층 - 경량목구조지붕마감재: 컬러강판 외벽마감재: 로투산페인트(STO외단열시스템)+ 17㎜ 적삼목채널사이딩창호재: REHAU 레하우(39㎜로이코팅삼중유리), 동양폴딩창호(24㎜로이코팅 이중유리)설계 및 시공: 블루하우스 코리아㈜031-8017-5002www.koreabluehouse.com손님을 맞는 얼굴, 현관스튜디오 폴딩도어를 활짝 열면 안과 밖은 자연스레 하나로 연결된다. 집의 첫인상이 되어줄 현관문은 따뜻한 느낌이 나는 단열도어로, YKK-ap 제품이다.매트리스 두 개 크기의 안방안방은 매트리스를 두 개 놓을 것을 계획해 폭을 딱 맞췄다. 어린 아이에게 높은 침대가 위험하기도 하고, 앞으로 태어날 지율이의 동생까지 염두에 둔 설계다.마법의 수납장주방과 식탁이 마주보도록 배치되어 있어 요리가 한층 즐거워지는 주방. 김치냉장고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수납장을 깊게 짜 가전과 집기를 모두 가렸다.깨끗한 욕실샤워실을 제외한 욕실부는 건식으로 깔끔하게 마감했다. 샤워실 문은 양쪽으로 모두 열리는 제품이다. 바깥에서 해체가 가능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메이크업 공간전문 메이크업 장비와 촬영용 의상으로 빼곡히 채워질 메이크업 실. 베테랑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예진 씨의 솜씨가 발휘될 공간이다.1층과 2층의 동선 분리 일터와 살림집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쪽문을 따로 냈다. 선반이 있는 수납벽이 집과 스튜디오의 파티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론 처음에 지으려 했던 다락방은 예산상의 문제로 무산되었고 비싼 마감재로 치장하는 일도 포기했지만, 화려한 집보다는 내실 있는 집을 원한 부부의 바람을 충실히 반영해서인지 2층 생활공간의 단열과 창호, 기밀시공은 패시브하우스 수준에 육박할 정도다. 예진 씨는 혼수로 해온 장롱과 화장대, 냉장고를 가져와 공간에 어울리게 배치하고, 매트리스를 두 개 놓을 것을 계획해서 안방의 크기를 먼저 제안했다. 붙박이장 크기에서부터 작게는 콘센트 위치까지도 관여한 그녀를 남편은 ‘우리 집 두 번째 설계자’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8월에 착공해 11월에 준공서류를 받기까지, 그간의 일은 모두 블로그(http://blog.naver.com/studiohwasa)에 글과 사진으로 차곡차곡 쌓아두었다.사교육 전쟁에 아이를 밀어 넣고 싶지 않았던 부부는 지율이를 근처 특화학교인 통일초등학교에 보낼 생각이다. 꼭 공부를 잘 하지 않아도 좋으니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루빨리 찾아 즐겁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도시에 살면 옆집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지만, 이곳에 그런 비교군은 없다. 엄마 예진 씨의 마음도 덩달아 넉넉해졌다.매일 아침마다 출근 준비, 어린이집 등교준비에 분주했던 도시에서의 삶과 비교해보면 지금 가족의 일상은 아주 많이 바뀌었다. 새벽에 꼭 한두 번 깨어 울던 딸 지율이가 이곳에서는 웬일인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잔다. 덕분에 칭얼거림도 많이 줄었고 계단과 마당을 오가며 뛰어다니는 등 오히려 털털해졌다. 햇살 쏟아지는 따뜻한 집에서 아침을 맞고, 온 가족이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낸다. 함박눈을 보며 커피 한잔 즐기는 여유가 생겼고, 볕 좋은 날 아이와 산책하는 호사도 누린다. 가족과 이런 시간을 보내면 대체 일은 언제 하느냐고? 염려할 것 없다. 엄마, 아빠의 출근길은 바로 몇 계단 아래 1층 스튜디오니까. 스튜디오 화사 | http://studiohwasa.com※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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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1
춘천 당림리 공방주택
소박한 시골 마을, 겸손히 자리 잡은 목조주택 한 채가 있다. 불쑥 찾아가도 더운 밥 한 그릇 덤덤하게 내어줄 권오영, 신미영 부부가 사는 집이다.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동네가 쪼끄마하니 좋잖아요. 땅값이 많이 오르지 않을 곳을 일부러 찾아다녔어요.”강촌역에서 가평 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당림리’라는 소박한 마을이 나온다. 권오영, 신미영 부부의 집은 이곳의 작은 초등학교 앞에 있다. 20여 년 전, 아파트 생활을 답답해하는 집안 어른들이 소일거리로 텃밭을 일구고자 마련한 땅이다. 오영 씨는 당시 30~40년이 지나도 값이 오르지 않을 땅을 수소문하고 다녔는데, 이런 그에게 부동산 주인은 ‘거참, 희한한 사람’이라 했더랬다.그에게 땅값이 올라 얻게 될 수익보다 중요한 건 ‘인심’이었다. 사람이 몰리는 동네에는 오래 자리 잡고 살기보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짓거나 땅을 사고팔려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풍광이 빼어나거나 경제적 가치가 높지 않아도 이웃 간에 끈끈한 정이 있는 곳,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땅이다. 세월이 지나 땅이 놀게 되자 부부는 이곳에 집을 지었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문 옆, ‘함께’라 새긴 오영 씨의 서각작품이 낯선 이를 따뜻하게 맞아준다.설계를 맡은 a0100z 성상우 소장은 생활협동조합에 몸담고 있는 아내 미영 씨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이들이 만나자마자 건축가와 건축주의 연을 맺었던 건 아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두 집 내외가 함께 경주 양동마을, 안동의 고택들 등을 찾아 ‘집 여행’을 다녔다. 오다가다 성 소장이 설계한 집에 들르기도 하고, 대포 한잔하며 밤늦도록 회포를 풀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그리는 집의 모습과 가고자 하는 길에 통하는 면이 많았다. 부부는 기꺼이 성 소장에게 집을 맡겼고, 성 소장은 집터에 다녀온 다음 날 바로 스케치를 내놓았다. 한옥을 닮은 ‘ㅁ’자 구조에 2층 본채, 손님이 마음 편하게 묵어갈 수 있는 별채, 오랜 시간 서각 작업을 해온 오영 씨의 작업실과 나무 창고가 있는 집이었다. 체육교사였던 오영 씨는 집을 짓기 위해 퇴직을 앞당겼다. 그는 건축가에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공법으로 집을 짓자고 제안했고, 성 소장 역시 그 말에 적극 동의하며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됐다. 공사기간만 장장 6개월이 걸렸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재촉한 적이 없다. 매일 현장에 나가 ‘잡부’를 자처했고, 후반 3개월은 시공사 대표와 둘이서 창고와 공방의 목재마감을 도맡기도 했다. 2013년 12월, 마침내 집이 완공되고 지난 1년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손님은 벌써 셀 수 없을 정도다. 좋은 사람을 ‘내 집’에 초대하고 싶다던 꿈은 부부에게 이제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공방에서 서각작업을 하고 있는 오영 씨 모습. 그는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지금의 삶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문이 집주인을 닮았다. 언제 누가 찾아와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집이다.▲ 두 번째 겨울을 맞은 마당. 수돗가에는 오영 씨의 서각작업을 위한 칼갈이 네 개가 나란히 서 있다.“여기도 봐요, 거실 벽이 삐뚤잖아요. 이곳에 있던 나무들을 하나도 베지 않고 집을 지은 거예요. 땅을 살 때 심은 묘목들이 이만큼 크게 자란 건데, 쟤들이 먼저 주인이니까 그에 맞춰서 집을 앉히자 했죠.”다수의 수상경력, 전시 이력을 가진 ‘서각가’ 오영 씨의 집에는 직접 서예를 하고 나무에 글씨를 새긴 작품이 곳곳에 자리한다. 손수 써내려간 글귀를 읽다 보면 한결같이 고집해온 바가 있다. 바로 ‘자연스러움’. 그의 집도 같은 맥락에 있다. 만만하면서도 겸손한 집일 것, 대신 ‘무슨 집이야?’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집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성 소장에게 요구한 첫 번째 조건이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미적인 감각을 살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라며, 그는 다시 한 번 성 소장의 속을 헤아린다. 집이 지어진 지금, 이제 부부에게 남은 소망은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 철이 든 사람이나 안 든 사람 등 가릴 것 없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이 집에 편하게 다녀갔으면 하는 것이다. 상처 입은 이들이 잠깐 와서 마음을 풀어놓기도 하고, 지나가다 문득 생각날 때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는 오영 씨의 말에 진심이 묻어난다. 손님 전용 공간으로 꾸린 황토방에는 ‘나그네 방’이라 이름 붙이고, 주방과 욕실까지 따로 만들어 누가 와도 불편함 없이 머물다 갈 수 있게 배려했다. 알면 알수록 정 많고 진국 같은 주인을 똑 닮은 집이다.“막걸리 맛있게 익으면 그때 와서 꼭 한잔하고 가요.”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강원도 첩첩산중에 사는 친구에게서 뜬금없는 초대를 받은 적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험한 산길에 눈까지 쌓여 평소라면 엄두도 못 낼 길이건만, 오랜 벗의 부름에 그는 바로 집을 나섰다고. 그때 눈발을 헤치고 도착한 친구 집에서 먹었던 잘 익은 김치와 막걸리 한 잔, 친구와 웃으며 즐기던 한담을, 그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얼마 전엔 마당에 김장독을 묻고 움막을 지어 광을 만들었고, 조만간 막걸리도 손수 빚을 생각이다. 절친한 친구뿐 아니라 집 앞을 지나는 이 누구라도 문을 두드리면 반갑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 그는 그런 마음으로 집을 짓고 매만지며 살아간다. 이런 그를 떠올리고 있자니, 언제 올지 모르는 달큼한 막걸리 소식이 더욱 기다려지는 밤이다.▲ 나그네방 앞 마루에서 바라본 정경▲ 천장과 벽에 나뭇결을 그대로 노출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본채 거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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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5
8년 된 통나무주택의 겨울나기
물성이 전혀 다른 흙과 나무가 이 집에서 만나 한 몸을 이뤘다. 8년의 시간이 흐른 덕분이다.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육중한 수공 통나무로 골조를 짜고 1층은 황토벽돌로, 2층은 목재사이딩으로 마감했다.◀ 눈으로 뒤덮인 황토통나무주택의 전경. 독특한 지붕선이 이국적인 면모를 풍긴다. ▶ 처마 끝에 매달린 오래된 풍경 하나. 겨울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공명을 울린다.유난히 눈이 많은 올겨울의 서해안. 당진에 위치한 흙집을 찾은 날도 눈이 소복이 내린 이튿날이다. 차가 들어오기 힘들 거라는 건축주의 염려를 뒤로 하고, 내심 멋진 설경을 기대하며 길을 나섰다. 당진 시내와 가까운 곳이었지만, 천지에 덮인 눈으로 집은 마치 깊은 산세 속에 숨은 듯 얼굴을 내밀었다. 지어진 지 8년이나 된 흙집은, 처음 모습에 세월을 엎고 더욱 당당하기 그지 없었다.이 집의 건축주 부부는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는 40대 나이다. 8년 전 지어진 집이니 부부가 30대 중반일 때 전원행을 택한 것이다. 젊은 나이에 자연으로 들어와, 그것도 흙집을 지었다니 남다른 속내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결혼할 때, 아내와 열 가지 약속을 했어요. 그 중 하나가 전원생활이었는데, 젊어서 못 하면 평생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용기 내 밀어붙인 거예요.”부부는 아내의 친정인 당진에서 마땅한 땅을 찾게 되었고, 몇 번의 답사 끝에 마음에 드는 시공자를 만나 통나무황토주택을 짓게 되었다. 남편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아내는 교편을 잠시 놓고 취미 생활에 몰두하며 지낸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황토주택에서 지내며 좀 더 여유로워졌고 계절을 온몸으로 느낀다는 것. “우리는 365일 별장에서 지내고 있어요.”House Plan위치 : 충남 당진시 대지면적 : 840㎡(250평)건축면적 : 105.66㎡(32평)연면적 : 169.95㎡(51.5평)건폐율 : 11.8%용적률 : 21.1%층고 : 8.5m구조 : 포스트앤빔(통나무), 황토벽돌 조적지붕 : 이중그림자싱글외부마감 : 외부용 황토조적, 베벨시더사이딩창호 : 융기 드리움내부마감 : 원목루버, 황토미장, 실크벽지바닥 : 온돌마루난방 : 심야전기보일러공사년도 : 2006.08~2007.04준공년도 : 2007.5설계 및 시공 : ㈜나무나라 02-6326-3000 www.tongnamunara.co.kr▲ 1층에 자리한 부부 침실. 안으로 접이식 문의 붙박이장이 딸려 있다.▲ 침실과 서재, 욕실로 들어가는 문 측면으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자리한다.집은 일일이 손으로 가공한 통나무로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규격과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자연스럽고, 독특한 지붕선 덕분에 네 면 모두 다른 입면을 갖고 있다. 1층 벽체는 황토 벽돌을 쌓았고, 2층 벽체는 2×6 경량목구조에 외부를 목재 사이딩으로 마감했다. 덕분에 하중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외관은 적당한 균형감을 갖게 되었다. 흙집의 내구성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나무와 황토벽은 세월이 흘러 윤이 나고 더 단단해지고 있다.“3년 정도 지나니 나무가 웬만큼 자리 잡았어요. 흙과 만나는 부분에 틈이 생기기도 했지만, 물성이 다르니 당연한 것이죠. 이 역시 나이 들어 생기는 주름 같은 것으로 여기며 지내다 보니, 이젠 큰 손 가는 데 없는 자연스러운 집이 되었지요.”애초 목재는 모두 2년 이상 건조된 것을 사용했고, 두께가 25㎝ 되는 서산 황토 벽돌로 조적한 집이다. 벽체 내부는 순수한 황토로 미장했는데, 장장 6번의 시공과 건조를 거치고 광까지 냈다. 그렇게 집을 짓는 데 걸린 시간만 반년이 넘은 황토집이다.PLAN – 1F / PLAN - 2F겨울이라 그런지, 실내는 여행지 산장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나무의 굴곡이 노출된 천장과 매입식 벽난로, 여기에 아내가 가꾸는 화초들이 생기를 더한다. 2층은 아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작업 공간으로 쓰고, 손님용 방을 하나 두었다. 나머지 생활은 대부분 1층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주방에서 야외로 이어진 데크가 인상적이다. 빼어난 수형의 소나무 한 그루를 전망 삼아 계단으로 이어진 높은 데크다. 이곳에서 여름이면 지인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고, 겨울이면 동네 설경을 감상하며 지낸다. “흔히 흙과 나무로 지은 집은 일반 가정집으로는 생소하다고들 해요. 하지만 잘 지어진 집이라면 일상을 두세 배 더 행복하게, 건강하게 만들죠. 저희는 직접 살아보고 깨달았어요. 시간이 더 지나면 지붕에 기와를 덧씌우고, 외벽과 데크를 칠하며 새단장도 해 보고 싶어요. 그렇게 저희가 함께 늙어갔으면 하는 집이에요.”부부에게 이 집은 세상 어느 집과도 바꿀 수 없는, 한 몸이 되었다.◀ 2층 거실은 발코니로 향하는 문과 사각 창으로 은은한 채광이 돋보인다. 시간이 흘러 자리를 잡은 기둥과 보가 플로랄 패턴의 벽지와 어울려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 계단참에는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벽장을 만들었다. 낮은 계단으로 쓰임새가 좋다.▲ 2층 게스트룸. 경사진 지붕선이 그대로 천장에 노출되어 마치 산장의 다락방을 연상케 한다. 벽면 뒤로 널찍한 수납장을 마련해 평소 잘 쓰지 않는 물품들을 보관해 둔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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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9
소나무 숲 속 이층집 / House Husarö
키 큰 소나무들 사이로 블랙 스틸 옷을 입은 이층집이 보인다. 자연과는 조금 다른 외관 너머에는 나무 향 가득한 내부 공간이 있다.취재 김연정 사진 Åke E:son Lindman ▲ 검은색 판금으로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외관을 완성했다.대지는 스웨덴 스톡홀름(Stockholm) 외곽에 위치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키 큰 소나무 숲이 있는 곳이다. 북쪽 바다와 마주한 고원 위, 탁 트인 풍광이 바라다 보이는 높은 지점에 집이 들어섰다. 이곳에는 오랜 시간 클라이언트 가족이 휴가 때마다 머물던 작은 게스트하우스와 보트창고가 자리하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더 많은 공간을 가진 큰 집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부부는 신축을 결정했다.채광과 바다를 향한 전망, 평평하고 매끄러운 기초 등을 고려하여 새로운 집을 위한 설계가 시작되었다. 비교적 낮은 예산은 구조적 합리성을 결정하는 설계와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다.경사진 지붕 볼륨을 포함한 집은 두 개의 층으로 나누어졌다. 1층은 가족이 함께 하는 열린 공간으로, 2층은 좀 더 개인적인 용도로 침실과 아이들의 놀이방이 배치되었다. 특히 1층 내부는 정사각형의 평면에 독립된 박스형태의 공간을 두고 주방과 욕실 그리고 계단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대형 슬라이딩 창은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어 언제나 집 안은 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지붕 꼭대기의 천창을 통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빛은 2층 공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외부는 창문의 위치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폭의 검은 판금(Sheet Metal)으로 완전히 덮었다. 단단한 나무 프레임으로 제작된 세 개의 유리 슬라이딩 도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평평한 기반암 위 야외 공간과 입구로의 접근을 유도한다.집의 모든 구조와 마감은 목재가 사용되었다. 내부의 열린 평면은 구조용 집성재인 글루램(Glulam) 우드 빔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 ▲ 집 앞에 자리한 키 큰 소나무와 목재로 마감한 내부는 함께 소통하는 듯하다.▲ 일상생활에서도 가족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만들어줄 큰 창을 곳곳에 배치하였다.House Plan 대지위치 :Stockholm archipielago, Sweden면적: 180㎡(54.45평)건축비용: €265,000구조설계: Bosse and Emil Stjernberg메탈작업: Lasse Fors전기기사: Håkan Österman배관공사: Lennart Källström기초공사: Nilas Österman and Sven Ivar Öman구조공학: Christian Hoffman, Konkret Rådgivande Ingenjörer설계담당: Martin Videgård(responsible architect), Bolle Tham, Maria Videgård설계: Tham & Videgård Arkitekter www.tvark.seSECTIONPLAN – 1F / PLAN - 2F▲ 1층 내부는 포인트가 되어주는 초록색 소파와 아담한 난로 앞에 놓인 폴딩체어, 나무 테이블과 의자 등으로 간결하게 꾸몄다.▲ 가구까지 목재로 마감한 내부는 검정색 옷을 입은 외관과는 또 다르게,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거실에서 바라본 푸른 소나무 숲의 풍경. 넓은 창을 통해 기분 좋은 햇살이 집 안 깊숙이 들어온다.▲ 환하고 밝은 공간으로 완성하기 위해 지붕에는 천창을 내어 채광을 확보했다.▲ 부부의 침실 옆에 마련된 아이들의 방 역시 천창으로 하루 종일 빛이 들어와 공간에 표정을 입혀준다.▲ 현관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아치형의 구조재가 돋보이는 실내와 마주하게 된다. Tham & Videgård Arkitekter 건축집단건축가 Bolle Tham과 Martin Videgård가 이끌고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건축사무소이다. 큰 스케일의 도시 계획부터 건축 및 인테리어 설계까지, 현재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많은 건축 관련 상을 수상했고, 크고 작은 전시회를 통해 여러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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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8
아버지가 꿈꾸던 낡은 창고 속 이층집, 언포게터블(Unforgettable)
20년 전 아버지가 지었던 콘크리트 창고는 이제 딸의 신혼집이 되었다. 잊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취재 김연정 사진 박영채 ▲ 20년 된 낡은 콘크리트 창고가 신혼집이라는 이름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 건축가와 사무실 직원들의 정성과 노력이 깃든 집의 정면 모습 이 집은 20년 된 낡은 창고에 만들어 넣은 ‘집 속의 집’이다. 2년 전 10월 어느 날, 20대 후반의 젊은 연인이 결혼하면 살게 될 집을 짓고 싶다며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설계를 의뢰하러 찾아온 사람 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였다. 그 커플은 당시 내년(2014년)에 결혼을 할 것이고, 신혼집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 신부의 고향에 있는 지은 지 20년 된 콘크리트 창고가 생각났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고쳐서 집으로 지어 자신들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고향은 서울에서 380㎞ 떨어진 동해에 면한 바닷가, 포항과 감포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 작업의 어려움과 거절할 핑계를 한참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들이 가져온 논과 밭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콘크리트 창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순간, 갑자기 주문에 걸린 듯,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소리를 들은 듯 나도 모르게 일을 맡겠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이 창고는 20년 전 신부의 아버지가 지었다고 한다. 고향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이 주변 땅을 구입해 양계장을 만든 아버지가 사료 공장으로 지은 곳이 바로 우리가 고칠 그 건물이었다. 큰 기계를 들여야 했으므로 층고를 5m 정도로 높게 잡았고, 철근콘크리트 기둥과 보로 뼈대를 만들고 벽체는 시멘트 블록 위에 모르타르를 발라 완성했다. 그리고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그 옆에 2층 집을 지어 가족이 단란하게 살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일 년 후 어느 비 오는 날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업은 흐지부지되었고 그 건물은 그냥 동네 사람들이 농기구나 이런 저런 짐들을 모아놓는 창고로 20여 년을 보내게 되었다. 그사이 많이 낡아 벽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렸고, 비가 오면 옥상에 고인 빗물이 창고 안으로 흘러내렸다. ▲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 이곳은 가족이 살아가며 점점 채워나갈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더라도 아파트 같은 주거형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경제적 측면, 즉 부동산 가치로 볼 때나 편리함을 생각할 때 아버지가 물려준 낡은 창고를 신혼집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는 건 굉장히 특별한 일이었다. 그들의 주변 사람들도 “미래의 가치를 생각해 아파트를 사거나 임대하면서 시작해야 앞으로 재산을 불릴 수 있는데, 그 돈을 몽땅 그 낡은 창고에 다 쏟아 부으면 허공에 사라지는 거야!”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말리는 사람들에게 “이 집에서 평생 살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고 호언장담했다.현명하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한 그들의 생각을 듣고, 무척 부담이 되기도 하였다. 커다란 공백뿐인 창고 안에 온기를 불어넣는 그 일은 말하자면, 낡은 흑백사진에 색을 넣고 입체감을 불어넣어 생생한 화질의 총천연색 그림을 만드는 것이고, 젊은 부부의 인생의 배경이 될 튼튼한 덮개로 만드는 일이었다. 예산은 전체 면적의 1/3 정도만 고칠 수 있는 정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일단 꼭 필요한 면적만큼, 집 안에 집을 넣는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높은 층고 덕에 2개 층이 가능하므로 1층은 주방과 식당, 거실 그리고 벽 뒤로 숨어 있는 작은 서재로 구성하고 2층은 가족실과 욕실, 드레스룸을 갖춘 침실로 구성했다. 남은 공간은 그들이 살아가며 조금씩 채워나가기로 했다. House Plan대지위치 : 경북 포항시 장기면 건물용도 : 단독주택대지면적 : 800㎡(242평)건물규모 : 지상 2층건축면적 : 198㎡(59.89평)연면적 : 250㎡(75.62평)건폐율 : 24.75%용적률 : 31.25%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조설계담당 : 손성원, 최민정, 이상우,이성필, 이한뫼, 문주원시공 : 스타시스(황인일, 안종국)감리 : 가온건축설계 : 임형남, 노은주(studio_GAON) 02-512-6313www.studio-gaon.com ▲ 흰색으로 통일한 벽과 바닥 타일, 그리고 목재가 어우러지니 화사하고 밝은 거실이 완성되었다. ▲ 기존 창고의 높은 층고 덕분에 이층집이 될 수 있었다. 2층에서도 1층을 내려다볼 수 있게 공간을 열어두었다. ▲ 심플하게 꾸민 주방의 모습. 많은 컬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는 더욱 확장되어 보인다. ▲ 벽 뒤로 숨겨둔 작은 서재는 언제나 햇살로 가득 채워진다. 또한 미닫이문을 여닫음으로써 원하는 구조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그 갸륵한 젊은이들은 우리와 만난 지 1년만인 작년 10월 4일 결혼했다. 서울에서 꽤나 먼 거리임에도 선뜻 공사에 응한 용기 있는 시공회사 덕에 집도 날짜에 맞춰 완성되었다.집 속의 집은 철골로 내부의 뼈대를 짜고 공용 공간의 벽은 합판과 조명을 응용한 마감으로 목재의 따뜻함을 느끼도록 했고, 그 밖에는 흰색으로 차분하게 마감했다. 바닥 또한 흰색의 타일을 덮어 화사하고 밝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빠듯한 예산에 맞춰 집을 짓다 보니 외관의 거친 콘크리트 벽에 손을 댈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벽화를 그려주겠노라 선뜻 약속을 하고, 도안을 고민하다 바코드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바코드는 나무가 되고 숲이 되는데, 그 바코드로 읽히는 정보는 가족의 사랑을 상징한다는 설정으로 벽화의 도안을 완성했다. 우리 사무실 전체 인원이 차를 타고 달려가 1박 2일 동안 벽에 매달려 벽화를 그렸다. 벽화를 처음 그리는 것이라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여러 명이 매달려 줄을 긋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며 노동의 즐거움을 꽤나 만끽했다. 옥상으로 가는 외부계단이 있는 벽에는 한국의 유명화가인 박수근의 스케치를 모델 삼아 집과 가족의 따뜻함을 상징하는 그림을 크레용으로 그렸다. 사방으로 온통 논과 밭인 들판에 우뚝 솟은 우리의 창고가 드디어 이십 년 만에 사람을 담는 창고로, 아니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둔 젊은 부부의 사랑과 생활을 담는 창고로 거듭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마치 냇 킹 콜(Nat King Cole)의 노래 ‘언포게터블(Unforgettable)’을 그의 딸 나탈리 콜(Natalie Cole)이 아버지 사후 몇 십 년 만에 이어서 다시 불렀던 것처럼,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달팽이 집 같은 포근한 껍질 속에 딸이 화음을 곁들이며 아버지가 꿈꾸던 2층 집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렇게 삶과 집이 다시 이어졌고, 우리도 이 집의 이름을 ‘언포게터블’로 부르기로 했다. ▲ 2층은 가족실과 욕실, 드레스룸을 갖춘 침실을 배치하였다. 특히 1층과 이어진 2층 벽면은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이 되어준다. ▲ 신혼부부의 침실다운 순백색의 공간과 단정한 가구 및 침구가 조화롭게 느껴진다.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가온건축 공동대표로,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했다. 적십자 시리어스 리퀘스트, 북촌길·계동길 탐방로 등 도시·사회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KBS 남자의 자격, SBS 학교의 눈물 등 건축 관련 방송에 멘토로 참여했다. 그동안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기획전(2002, 2004), 환원된 집(2011), 최소의 집(2013) 등의 전시회를 열었고, 저서로는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나무처럼 자라는 집』, 『서울풍경화첩』 등이 있다.주요작품 금산주택, 산조의 집, 문호리주택, 루치아의 뜰, 신진말 빌딩, 존경과 행복의 집 외 다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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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긴 재귀당(再歸堂)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의 재귀당. 가족은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모여 남은 하루를 함께 한다. 온전한 휴식은 이런 것이다.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 집과 마당 사이, 성벽을 모티브로 한 화단과 가벽을 세워 남다른 분위기를 냈다. HOUSE PLAN위치 :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대지면적 : 391㎡(118.48평)규모 지상 1층(23.6평), 다락(6.5평+2평)건축면적 : 78㎡(23.63평)연면적 : 78㎡(23.63평)건폐율 : 19.95%용적률 : 19.95%주차대수 : 1대최고높이 : 6.2m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구조재 : 벽체 - 2×6, 지붕 - 2×10지붕재 : 리얼징크단열재 : 그라스울 R-19, R-30외벽마감재 : 점토벽돌치장쌓기(삼한C1)창호재 : THK22㎜복층유리, 아르곤가스충진설계 : 건축사사무소 재귀당 대표 박현근(아마추어야구단 愛球愛球 감독 겸 선수)070-4197-6049 www.jaeguidang.com phg@jaeguidang.com시행·토목 : 유명개발 대표 이상민 031-771-0992시공 : 브랜드하우징 대표 문병호, 현장소장 안범태 031-714-2426 ▲ 단지 내 도로와 면한 동측 출입구. 집과 꼭 닮은 개집이 나란히 섰다. 가족은 집 짓고 남은 벽돌을 이용해 직접 담벼락을 쌓았다. POINT | 가족이 함께 만든 정원담장과 대문, 화단은 모두 가족들이 힘을 합친 셀프 시공이다. 딸아이가 커서 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때, 자신이 스케치북에 그렸던 집과 똑같은 집에 살았다는 기억을 주고 싶은 부부의 마음이 담겼다. 2년 전 어느 날, 박현근 씨는 아내와 5살 딸아이를 두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집짓기를 위해 막 땅 계약을 마치고 돌아온 뒤다. 이름만 대만 알만한 큰 설계사무소에서 건축사로 일하고 있지만 단독주택을, 게다가 자신의 집을 직접 짓는 건 그에게도 인생일대의 큰 사건이었다.“어떤 집에 살고 싶어?”비장한 표정으로 질문한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집으로 돌아오면 안식, 치유 등을 얻을 수 있는 집, ‘모든 것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의 ‘재귀당’이라고 이름 짓고 싶어. 그리고 기능적이어야겠지, 그게 전부야”아내 희경 씨에 이어 딸 지율이는 한술 더 떴다.“응, 난 성에서 살고 싶어!” 원하는 공간과 규모, 동선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들. 박 소장은 집에 대한 가족의 마음을 읽고, 고민에 빠졌다. ‘아내가 집에서 느끼기를 원하는 감성적이며 매우 기능적인 공간’‘딸의 머릿속에 있는, 만화나 동화책에서 봐왔던 아름답고 인상적인 공간, 형태’‘난 강아지를 키우고 캐치볼(야구)을 할 수 있는 마당,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예산’아내가 집에서 느끼고자 하는 감성들은 왠지 종교 시설에서 느껴지는 그것과도 비슷했다. 종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작은 예배당을 닮은 형태를 그려봤다. 어쩌면 지율이가 스케치북에 그리던 집의 모양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여기에 성벽 모양을 모티브로 한 화단과 가벽을 세웠다.내부는 방보다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에 필요한 공간들을 배치해 나갔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복도에 들어서면 여느 집과 다른 장면과 마주한다. 바닥이 높은 복도는 좌우에 목조로 프레임까지 짜 무대처럼 연출했다. 이를 중심으로 하여 좌우 대칭으로 벽면 서재를 구성하고 두 개의 박공선으로 천장을 구성했다. 너무 개념적이어서 공사 전날까지 그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복도는 입주 후, 생각지도 못한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손님이 오면 좌식 테이블로 변하고, 아이들에게는 무대이자 놀이터, 누구나 쉽게 걸터앉을 수 있는 벤치가 되기도 한다. 박 소장은 “나를 포함한 어른들이 기존 공간에 얼마나 큰 고정관념을 가졌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아내 희경 씨는 설계자인 남편과 시공 현장과의 소통을 돕는 숨은 공신이었다. 주말이나 시간을 낼 수 있었던 남편을 대신해 그녀는 현장으로 매일 출근했다. 원하는 부분은 확실히 제안하고, 안 되는 부분은 단번에 받아들이는 시원시원한 성격 덕분에 딱딱한 공사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모든 공사는 예산의 한계 내에서 큰 탈 없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목구조 처마에 조적을 잇는 부분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었는데, 시공을 맡은 브랜드하우징의 열의 덕분에 무사히 디테일을 풀어 낸 뒷이야기가 있었다. SECTION ▲ 단지 내 도로와 면한 동측 출입구. 집과 꼭 닮은 개집이 나란히 섰다. 가족은 집 짓고 남은 벽돌을 이용해 직접 담벼락을 쌓았다.건물은 디자인의 의도, 공사비, 가족구성 인원 등을 고려해 건폐율을 최대한 활용하여 동서 일자 배치의 단층으로 계획했다. 디자인의 형태상 자연스럽게 생기는 두 개의 다락(6.5평, 2평)을 이용해, 큰 다락은 가족실 및 손님 접대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작은 다락은 창고 및 현근 씨의 아지트로 활용하고 있다. ▲ 거실 실내는 아내의 미적 감각이 온전히 드러난다. 손때 묻은 물건을 좋아하는 희경 씨는 그동안 수집한 물건들과 빈티지 가구, 직접 손바느질한 패브릭들로 공간을 채웠다. 불필요한 동선 없이 복도로 이어진 각 방들은 각기 개성 있는 소품들로 보는 재미가 있다. 마음에 드는 타일과 벽지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사이트를 뒤지고, 직구로 수전과 조명을 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은, 그녀의 행복한 열정이 곳곳에 스며있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가족은 바뀐 일상을 평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남편은 주말이면 마당을 쓸고, 아내는 계절에 맞춰 실내를 꾸민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집 안팎을 무대로 마음껏 뛰어 논다. 마을 안 새 이웃들은 이들의 모습을 모델 삼아 집을 짓고 삶을 꿈꾸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다 지나고 보니, 그저 아름답다. 누군가 연극을 두고 가장 마지막에 완성되는 예술이라고 하던데, 건축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지어진 공간 안에 삶이 뿌리를 내릴 때, 건축은 완성된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스스로 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이건 정말이지, 아름다운 일이다.”박 소장은 이제 평범한 이웃들과 삶을 나누는 진짜 ‘동네 건축가’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 딸아이방▲ 현관▲ 세면대 ▲ 욕실▲ 다락방POINT |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들동네 아이들은 이 집에 모여 안팎을 자유롭게 누린다. 주 놀이공간은 다락방과 거실 복도. 색다른 공간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박현근, 이희경 씨 부부“건축주의 마음고생, 내 집 지어보니 알게 됐어요” 건축가로서 자신의 집을 설계한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처음에는 큰 꿈을 꾸었다. 한마디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설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평소 가지고 있던 디자인에 대한 욕심도 꿈틀거렸고, 주택 건축의 한 획을 긋는 무언가를 건축가로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만이었으며 건축주를 너무 이해하지 못한 상상이었다.몇 달을 공들여 작업했던 첫 번째 계획안은 공사비를 산정하자마자 과감히 접었고, 두 번째 계획안으로 시공사를 만났을 때는 “외부 형태와 벽돌, 내부 공간의 틀만 살려 낼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변경해도 좋으니 예산에 맞춰 시공해 주세요”라고 건축가로서는 상상도 못할 발언(?)을 해버리고 말았다. 건축주가 짊어져야 할 공사비의 무거움을 몸으로, 눈물로, 땀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시공 과정 중 감리도 제법 까다롭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시공사에서 현장소장에게 ‘그 집 건축주가 건축가’라고 하니 양손을 내저었다는 뒷이야기는 들었다(하하). 우리 집은 지붕과 조적이 만나는 부분 등 시공이 까다로운 몇몇 디테일들이 있어 시공사가 좀 애를 먹었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예산에 맞춰 원하는 외부 형태와 디자인, 내부 공간의 틀이 구현되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 공사 중 계속해서 도면을 파악해 공간의 개념을 읽어내고, 우리와 커뮤니케이션에 심혈을 기울인 시공사 대표와 현장소장에게 지면을 빌어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인테리어가 매우 감각적이고 컬러 선택이 과감하다.실내를 계획할 때는 A-type color, B-type color 등으로만 제시했고 현장에서 아내가 직접 모든 색상과 자재, 가구들을 결정했다. 건축가인 나보다 아내의 색감이 뛰어나다는 건 살아보며 느낀 경험치다. 또한 아내는 오래된 물건, 컬러풀한 소품, 레트로, 보헤미안, 에스닉 스타일 같은 걸 좋아한다. 바닥, 벽, 천장을 화이트로 선택해 이들 색상을 강조할 수 있도록 하고, 디자인보다는 색의 조합에 맞춰 공간을 연출한 점이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가구와 소품은 아내가 직접 만들거나 중고샵에서 발품 팔아 구한 것들이다. 집짓기를 앞둔 건축주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어른들(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의 공간 행태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한계가 많은지 내 집을 짓고 나서 새삼 느꼈다. 가장 낭비가 심하거나 너무 개념적이라 망설였던 공간이, 준공 후 아이들이 가장 재밌게 노는 공간으로 변했다. 어른들은 자신이 살아왔던 공간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아이들이 있는 예비 건축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좋은 집을 짓고자 한다면 절대로 기존에 살아왔던 공간, 특히 아파트와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추후 되팔 것을 고민하지 말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 도전해 보자. 우리 가족만을 위한 집이니까. 박현근 건축사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정림건축, ㈜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dmp)에서 실무를 익혔다. 제주돌문화공원특별전시관, 대구실내육상경기장, 광교 역사박물관 및 노인장애인복지시설, 신라대학교 프로젝트, 서귀포크루즈터미널 등을 수행했으며, dmp 소장으로 재직 중 전원생활을 위해 양평에 단독주택인 ‘재귀당’과 ‘별오재’를 설계했다. 이후, 대형 건축물 설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쫓아 자신의 집과 같은 이름의 설계사무소 ‘재귀당’을 개소 후 활동 중이다.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전원속의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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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6
구도심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집
작은 땅에 지은 집은 치열하다. 그래야만 사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창을 내고 방을 연결하며 도로와 관계 맺는 방법까지도 철저해야 한다. 후암동 작은 집 이야기다.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부부 침실과 단차를 두고 연결된 다실. 창 밖으로 보이는 구도심의 오래된 지붕과 골목길이 정겹다. ▲ 구도심에 짓는 협소주택은 좁은 대지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서울의 허파 남산자락에는 숨겨진 보물 같은 동네, 후암동이 있다. 단독과 다세대가 섞여 있고 큰 집과 작은 집이 공존하는 동네. 다른 빛깔과 크기의 구슬을 꿰어놓은 마냥 다양한 삶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에 하얀 빛깔 작은 구슬 하나가 모습을 선보였다. 골목을 환히 밝히는 집이다.65㎡가 채 되지 않는 땅, 작은 필지는 적어도 서울 시내에서는 이제 만들어내려 해도 만들 수 없는, 옛 도시 조직의 산물이다. 건폐율 60%의 법규를 따르다 보니 집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은 35㎡ 남짓, 6m 도로 사선제한으로 최고높이는 9m까지만 허용된다. 하지만 이곳에 지어진 집은 결코 작지 않다. 모든 바닥 면적을 합친 119㎡는 웬만한 46평형 아파트 전용면적과 맞먹는다. 밋밋하게 펼쳐진 단층이 아니라 층을 오가고 높이의 변화를 주니 실제 사는 이가 체감하는 볼륨은 더 크다. 협소주택은 면적을 아껴야 하기에 그 구성이 치밀하다. 이 집도 마찬가지. 4개 층은 모두 다른 구성, 다른 평면, 다른 배치로 이뤄진다. 1층 일부를 필로티로 들어 올려 주차공간을 만들고 나머지 부분은 남편의 아늑한 서재로 쓴다. 한 층을 오르니 스킵 형태로 주방과 식당, 거실이 등장한다. 거실과 여타 공간을 구분하는 장치로 세 개의 단차가 있는데, 재밌게도 손님이 오면 이 계단과 옆의 난간까지도 의자이자 선반이 된다. 주방이 단절되어 있지 않아 부부가 함께 TV를 보며 식사를 준비할 수 있고, 다과 준비를 하며 담소도 나눌 수 있으니 동선과 대화가 끊어지지 않는다. 아파트보다 면적은 작을지언정 그곳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더 다양해졌다. ▲ 대지 앞 6m 도로로 사선제한에 제약이 적은 대지 조건을 갖췄다.▲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공간을 쌓았다. 과하지 않은 단차는 때로는 경계가 되기도 하고, 손님이 오면 의자로 쓰이기도 한다.House Plan대지위치 :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대지면적 : 62.10㎡(18.79평)건물규모 : 지상 4층건축면적 : 35.10㎡(10.62평)연면적 : 119.06㎡(36.02평)건폐율 : 56.52%용적률 : 191.72%주차대수 : 1대최고높이 : 9.46m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구조재 : 벽 - 철골철근콘크리트 지붕 - 도막방수 위 무근콘크리트위 방부목 데크 마감지붕마감재 : 방부목 데크 마감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 3호 120㎜외벽마감재 : STO 외단열시스템창호재 : KYC Tilt & Turn AL창호(창호등급 3등급)설계 : (주)공감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이용의, 신화영, 최연정 010-9226-7920 http://kinfolks.kr시공: 투핸드디자인Interior Source내벽 마감재 : V.P 도장 바닥재 : 동화 원목마루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 가구 : 대림바스 + 자체제작조명 : LED조명 + 자체제작 계단재 : 나왕 집성목현관문 : 오크방문 : 목재도어 + V.P 도장붙박이장 : 한샘 + 자체제작데크재 : 방부목▲ 가구와 가족의 살림살이가 돋보일 수 있도록 실내는 흰색 V.P 도장과 나무로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 세 식구가 사는 데 부족함 없이 구성된 거설과 주방, 식당의 공용공간3층은 장성한 아들의 방으로, 4층은 다실과 침실이 있는 부부의 공간으로 꾸려졌다. 5층 옥상에는 너른 테라스와 욕조를 두어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가족만의 공중정원을 만들었다. 모든 층에는 수납공간과 욕실이 짝을 이뤄 붙어 있고, 층과 층을 연결하는 동선은 북쪽에 위치한 계단이다. 공간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작지만 큰 집이다. 집이 지어진 배경은 이렇다. 오래 전부터 가족에게 딱 맞는 맞춤형 공간을 원했던 건축주 부부는 외국의 협소주택 사례를 보며 좁은 땅이지만 알차게 면적을 확보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왔고, 북촌과 서촌을 비롯한 서울의 단독주택 도심지를 다니며 조건에 맞는 땅을 찾아다녔다. 적당한 곳을 발견하고 계약하기 며칠 전,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후암동 단독주택’을 검색했다는 건축주는 뜻밖에도 이 땅과 건축가를 찾아냈다. 마치 진흙 속에 숨은 진주를 찾아내듯이 말이다.우연처럼 들리겠지만, 건축가에게도 이 조우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결과였다고 한다. 설계자 이용의 소장은 그야말로 ‘집’을 짓기 위해 독립한 소신 있는 건축가다. 한창 인기를 끈 땅콩집 열풍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 작은 땅을 사두고는 집 지을 건축주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땅의 건축 조례와 법규, 만들어내고 싶은 동네의 풍경까지도 머릿속에서 수차례 시뮬레이션했고, 작은 집을 짓기 위한 사례 조사만도 몇 년이었다. 대형설계사무소라는 안정된 직장에서의 탄탄한 앞길이 보장되어 있었음에도 주택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인상적이다. “우리나라는 돈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파트나 다세대 같은 공동 주거밖에 주거형태의 선택지가 없었죠. 의식주 중 하나인 주거도 삶의 기본인데 말이죠. 이제 건축가가 그 기본을 해야 할 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 기다렸지만, 그 덕에 이렇게 뜻이 맞는 건축주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 주차공간 때문에 1층 실내 폭은 위층보다 좁지만, 건축주가 서재로 사용하기에 조금의 불편함도 없다. ▲ 4층 옥상의 일부는 욕조를 두어 건축주의 휴식공간으로 삼고, 나머지는 데크로 마무리한 뒤 폴딩도어를 달아 안팎이 통하도록 했다.▲ 아들이 출가하면 실내벽 일부를 제거해 복층 거실을 만들 수 있도록 벽체 일부분만 조적으로 쌓았다.이 집이 지어지며 동네에는 새로운 활력이 생겨났다. 몇 개의 필지를 합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동주택을 짓는 것 만이 능사로 여겨졌던 도심 한복판에, 작지만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을 짓는 것. 그저 하얀 집 한 채 지어졌다는 의미를 넘어 도심 속 사라져가는 단독주택에 대한 건축가와 건축주의 소신이 지어진 듯해 문득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진다. 아파트에서 벗어난 삶. 모두 불편할 거라 했고 번거로울까 염려했지만,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맞춤형 공간’에 부부의 만족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모든 층 모든 공간을 버리는 곳 없이 알차게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밤이 되자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골목길 풍경이 더욱 예쁘다. 가로등이 켜지고 남산으로 산책 나서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건축주도 이제 막 식구가 된 진돗개와 나갈 채비를 서둔다. 오늘도 후암동 작은 집에서 배어 나오는 노란 불빛이 골목을 따스하게 물들인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전원속의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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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3
동갑내기 부부가 고친 달콤한 신혼집
최근, 아파트가 주를 이루던 주거문화에 또 하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원주택에서의 편안한 노후를 기다리기 전에, 젊은 세대들이 과감히 마당 있는 집을 택하기 시작한 것. 부동산 경기에 연연하지 않고 노후주택을 매입해 자신만의 집으로 리모델링 하는 것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됐다. 오랜 세월에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힌 집들, 그 안에 담긴 그들만의 취향을 엿본다.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거실 전면창을 열고 나가면 바로 마당 데크로 연결된다. 소파 뒤 벽에는 욕실, 주방과 같이 화이트 무광타일에 블랙 메지를 넣었다.여좌천을 따라 한가로이 거닐며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동네, 경남 진해의 한 주택가에 32살 동갑내기 부부가 새 둥지를 틀었다. 대학 때 만나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이 아파트 전셋집에 살다 3년 만에 얻은 ‘내 집’이다. 낡을 대로 낡은 2층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이 집은 건축 설계를 전공한 아내 한형경 씨가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을 실현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단독주택에 살며 그저 춥고 불편했던 기억만 있던 남편 김영진 씨는 처음엔 아내의 생각에 반대했다. 하지만 마당 있는 집에서의 여유로운 일상을 떠올려보라는 형경 씨의 달콤한 꼬임과 계속되는 세뇌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지금은 오히려 영진 씨가 내 집 자랑에 여념이 없고, 집 근처 철물점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었을 정도다.진해의 온 동네를 샅샅이 뒤지고, 부동산보다 매물 정보를 먼저 파악했을 정도로 열심히 집을 찾아 헤맨 지 1년, 마침내 두 사람은 세워두었던 기준에도 부합하고 시세보다 낮게 나온 구옥을 만났다. 그렇게 집을 사고 고치는 데 든 총비용은 같은 면적의 아파트 값보다 저렴하다. 지금은 새로 고친 집에서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터. 겪어보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들이 이제 두 사람의 파란만장한 무용담으로 남았다. ▲ Before“집을 매입할 때는 구조를 확인할 수 없어요. 일단 뜯어봐야 아는 거죠.”부부는 고민 끝에 ‘그래도 기본은 간다’는 80년대 빨간 벽돌집 위주로 매물을 탐색했다. 외진 골목이 아닌 도로변에 있어야 하고, 편의시설이 멀지 않은 곳에 남향집일 것도 중요했다. 처음엔 모든 집이 잘 고쳐놓으면 될 원석같이 보였는데, 1년쯤 지나니 시세도 알게 되고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감도 생겼다. 중간에 계약이 몇 번 틀어지는 시행착오 끝에, 지난 4월 부부는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만났다. 집을 계약한 후, 형경 씨는 단독주택 리모델링 전문회사를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건축을 전공했고 2년 동안 아파트를 설계한 경력이 있지만, 신축이 아닌 기존주택을 고치는 데는 그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도 수많은 스케치와 3D 작업을 직접 하고 설계자와 수시로 대화하며 집의 모습을 함께 갖춰나갔다는 이야기는 그녀의 꼼꼼한 성격과 집에 대한 애정을 짐작케 한다.집에서 가장 신경 써서 설계한 곳은 2층 안방이다. 아파트 설계를 하며 실용성과 효율성에만 치중했던 한계를 깨려고 많이 노력했다는 그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ㄱ자로 꺾이는 공간에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세 개의 구획으로 구분하고 때로는 벽처럼, 때로는 하나의 방처럼 여닫을 수 있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맨 먼저 침실, 다음으로 파우더룸, 가장 안쪽에는 드레스룸이 자리한다. ▲ 2층 안방의 첫 번째 공간인 침실HOUSE PLAN건물위치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건물규모 : 지상 2층건축면적 : 78㎡(23.60평)연면적 : 134㎡(40.54평)구조재 : 조적조지붕재 : 슬라브 지붕 단열재 : 포그니 20T, 스터코 외단열시스템외벽마감재 : 스터코창호재 : 영림창호설계 및 시공 : 테라디자인 070-4038-7916 www.renohouse.co.kr한 달에 걸친 설계 작업 후, 본격적인 철거공사에 들어가자 만만치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건축물대장 상에는 준공연도가 80년대로 나와 있었는데, 막상 뜯어보니 그보다 훨씬 이전에 지어진 집이 분명했다. 건축물대장에는 80년대에 2층을 증축하면서 등록한 듯했다. 쓰러질 듯한 집에 구조를 보강하는 데만 예상보다 큰 비용과 시간이 들었고, 이에 따른 설계변경도 여러 번 거쳤다. “특히 계단실엔 사연이 많아요. 외부계단을 철거하고 내부 주방에서 2층으로 올라가도록 설계했는데, 철거해보니 계단 시작 부분 천장에 큰 보가 지나가고 있었죠.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 매일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게 될 상황이라, 거실 쪽으로 변경했어요.”이 때문에 처음 계획보다 거실 면적이 꽤 좁아졌다. 계속된 증축으로 1~2층 사이 슬래브를 잘라내고 나니 그 두께가 1m가 넘는 것도 문제였다. 콘크리트 폐기물이 예상보다 3배 가까이 나와 철거비용이 많이 추가된 것은 물론, 계단실 높이도 더 높아지게 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면 계단을 오르내리기 편하게 할 수 있을까, 거실을 조금만 더 넓힐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었다. 계속된 아이디어 스케치와 조율 끝에 지금의 계단실이 탄생했지만, 공사하고 보니 원래 계단실 자리였던 주방 벽면에 전기 콘센트와 스위치가 하나도 없어 추가 공사를 해야 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철거 후 설계 변경이 자주 있다 보니 작업자들과 소통이 완벽하기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탓이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는 주방. 주문 제작한 싱크대의 파스텔 컬러가 실내를 환하게 밝힌다.▲ 마당 데크에서 여유로운 한낮을 즐기는 부부◀ ㄱ자 구조의 2층 안방 입구 ▲ 산뜻한 느낌의 1층 욕실 ▶ 파란색 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주방이 보인다.▲ 예전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한 주택 외관◀ 서재 책상 위에 자리 잡은 반려묘 미호와 챠미 ▶ 1층 마당에서도, 2층 베란다에서도 부부는 언제든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이 외에도 줄줄이 이어지는 우여곡절을 듣다 보니, 이쯤 되면 신축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것 아닌가 싶어 물었다. 형경 씨는 “그래도 전체 비용을 생각하면 리모델링이 낫다”고 답한다. 신축은 터파기부터 기초공사를 새로 해야 하고, 기반 시설 등의 설비공사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단열공사, 구조변경 등 주택은 어떻게 고치는가에 따라 드는 비용이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집이 완공되고 나서도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것 하나부터 모든 것이 우리 두 사람의 손에서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면 진짜 ‘내 집’이란 생각에 더욱 애정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요(웃음).”리모델링 전 과정을 이끌었던 형경 씨와 각종 서류, 행정 처리 등을 도맡아 아내를 믿고 묵묵히 뒷받침해주었던 영진 씨의 손에서 태어난 달콤한 신혼집. 요즘 영진 씨는 각종 공구를 들고 집에서 생기는 자잘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느라 바쁘지만, 왠지 더 신이 난다. 부부는 이 집에서 최소 10년은 살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주말마다 끊이지 않는 가족, 친구들의 방문과 마당에서 즐기는 기분 좋은 휴식, 햇빛과 바람에 바짝 말라 보송보송한 빨래, 이 모든 것이 담긴 집에서의 일상이 두 사람의 선택에 확신을 더해준다.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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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
뚝딱뚝딱, 엄마아빠가 직접 고친 집
최근, 아파트가 주를 이루던 주거문화에 또 하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원주택에서의 편안한 노후를 기다리기 전에, 젊은 세대들이 과감히 마당 있는 집을 택하기 시작한 것. 부동산 경기에 연연하지 않고 노후주택을 매입해 자신만의 집으로 리모델링 하는 것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됐다. 오랜 세월에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힌 집들, 그 안에 담긴 그들만의 취향을 엿본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건축설계를 전공한 아내와 건축공학을 전공한 남편, 세 살배기 장난꾸러기 첫째 아들과 이제 200일 된 갓난아이의 둥지가 충남 예산의 한적한 마을에 뽀얀 자태를 뽐낸다. 이곳은 서한나, 이승우 부부가 고쳐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집이다. 번잡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이 마을에 뚝딱뚝딱 집 고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의 일이다. 돌 전까지는 순하기만 했던 첫째 로운이가 개구쟁이로 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부는 주택에서의 삶을 생각했다. “그래, 마당 있는 집으로 가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자.” 부부의 꿈은 자신들이 찾던 조건에 딱 맞아 떨어지는 낡은 구옥을 발견하면서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널찍한 마당이 있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에 위치한 집. 많지 않은 예산에 딱 맞는 크기의 적당히 오래된 집을,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발견한 것이다. 그때 두 사람은 생각했다. “그래도 명색이 건축 전공자인데… 아무리 낡아도 새것처럼 고쳐서 살 수 있을 거야!” BEFORE _ 구운 벽돌로 만든 연와조 구옥. 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1층에 비해 2층은 보강이 필요한 상태였다. 구옥을 사고 나서 어떤 집을 만들지, 어떻게 고칠지는 전적으로 아내 한나 씨의 몫이었다. 캠핑을 즐기는 남편은 2층에 널찍한 데크와 마당에 장비를 넣을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했고, 아내 한나 씨는 탁 트인 주방과 책이 잔뜩 꽂혀 있는 서재를 원했다. 당시만 해도 말에 서툴렀던 로운이는 이 낡은 집 마당 한 구석에 있는 블루베리 나무 앞에서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실 방긋거리며 열매 따먹기 바빴다. 그들이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를 하나씩 모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가는 즐거운 계획 과정이 끝나고, 실측을 위해 공간을 살피러 온 한나 씨는 집을 자세히 보고는 고민에 빠졌다. “아뿔싸! 낡아도 너무 낡은 집을 골랐다.” 분명 확인한 뒤 계약을 했지만, 다시 가서 보니 담은 쓰러지기 직전이었고 내어 달은 불법개조 부분은 철거하는 데도 수백만원은 족히 들어 보였다. 전 주인이 이사 가고 내부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본격적인 철거를 시작했다. 처음에 꿈꿨던 2층 데크와 놀이 공간 겸 독서공간이 있는 계단, 넓은 욕조가 있는 욕실이 한나 씨의 머릿속에서 하나둘씩 지워져 갔다. 우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철거비와 불합리한 구조가 가장 큰 문제였다. 구옥은 벽돌 조적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벽체가 하중과 횡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구조를 마음대로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창의 위치와 크기 변경에도 제한을 받는다. 철거를 진행하며 처음 계획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 오래된 세월만큼 집도 여러 번 개조되었고, 집의 상황이 겉에서 보기와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공간 배치와 구조도 다시 고민해야 했다. 있는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되, 실 용도를 변경하고 계단실의 위치를 바꾸며 외장 마감재를 크게 손보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간이 이렇게 정해지기까지 수십 번의 수정을 거듭했다는 한나 씨. 너털웃음을 짓는 한나 씨를 옆에서 지긋이 지켜보는 승우 씨의 눈빛이 굳건하다. 지난한 설계변경 과정과 힘든 시공을 묵묵히 응원하며 그녀의 선택과 판단을 믿어 준 남편이 그녀의 가장 큰 조력자였다. ◀ 긴 가로창을 낸 복층 공간은 서재이자 아이들의 놀이방이다. 계단 밑에는 식구별로 책상을 나란히 두었다. ▶ 원래는 식탁을 두려 했던 공간은 남편 승우 씨의 강력한 요구로 거실이 되었다. 비싼 벽면 미장 대신 벽지를 시공해 아낀 비용으로 포셀린 바닥 타일에 투자했다. HOUSE SOURCE건물위치 : 충청남도 예산군건물규모 : 지상 2층건축면적 : 59.77㎡(18.08평)연면적 : 103.04㎡(31.17평)구조재 : 연와조지붕재 : 아스팔트싱글단열재 : 외단열시스템외벽마감재 : 드라이비트창호재 : 시스템창호설계 : 서한나시공 : 직영공사 우리집은 공사중 집을 고치는 5개월 동안 온 가족은 철거부터 시작된 대부분 공정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증축부 기둥 보강공사와 지붕 경사 변경 등 안전에 관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벽돌을 쌓고 구조를 보강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작업들은 가족이 직접 했다. 방을 욕실로 바꾸고 주방을 확장하기 위해 상하수도 배관과 보일러 배관도 다시 잡았다. “처음에는 두 배는 비싼 재료로 구상하며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예산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거예요. 중요도를 생각해 욕심을 내려놓고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성능을 내는 재료들을 써보기로 했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집은 1층과 2층 사이의 슬래브를 없애고 외단열 시스템으로 마감한 모습이다. 바닥에는 자갈을 깔아 온기를 좀 더 머무르게 하고, 창은 남쪽으로 크게 내 따뜻한 태양이 실내를 데우도록 했다. 맞창으로 바람이잘 통하는 집이 되도록 했고, 시멘트 벽돌을 가로방향으로 쌓아 로운이의 시선이 담장 너머에 닿도록 만들었다. 집은 그렇게 모양새를 갖춰 갔다. ▲ 구옥 2층의 거실과 화장실을 모두 걷어내고 안방으로 만들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부를 철거하고 일부를 남겨 안방 발코니로 삼았다. ▲ 아들 로운이와 룩이의 방. 자작나무로 만든 수제 목가구는 손재주 좋은 외할아버지의 선물이다. ▲ 2층에서 내려다 본 서재 전경 ▲ 남향으로 하루 종일 따뜻한 햇볕이 드는 식당 겸 거실 INTERIOR SOURCES내벽 마감 : 개나리벽지 실크벽지 바닥재 : 포세린타일(수입) 거실-무광, 방-우드포세린 욕실 및 주방 타일 : 주방 - 수입, 욕실 - 국산 수전 등 욕실기기 : 양변기 동서이누스 C952, 세면대 수전 대림 주방 가구 : 공장제작 조명 : 거실 - LIMAS, Big S-Pendant 서재 - 노만코펜하겐, norm69 안방 - 필립스, 아이방 - 필립스 40593 계단재 : 미송 집성목 현관문 : 맞춤제작 방문 : 예다지슬라이드, 낙엽송 엠보합판 데크재 : 방부목 ▲ 주방은 아일랜드 식탁을 짜 넣어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보일러실로 나가는 주방 뒷문은 단열성능이 있는 시스템 도어를 설치해 단열을 잡았다. 새집의 노란 현관문에는 “좋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A good home must be made, not bought)”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만든 것은 비록 건물(House)이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좋은 우리 집(Home)을 만들고 싶은 부부의 의지를 담은 글이다. 좋은 공간에서 좋은 습관이 탄생하리라는 부모의 믿음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일까? 세 살 로운이는 각 공간의 성격을 자기가 정하고 그곳에서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엄마의 일이었지만, 그 곳에 규칙을 만드는 것은 아이의 몫인 셈이다. 이제 곧 한 살이 되는 둘째 룩이도 분명 형을 따라 ‘나만의 공간 만들기’에 열중할 날이 올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낼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 세 살 로운이와 이제 막 200일이 된 룩이, 두 아이와 함께한 승우·한나 씨 가족의 모습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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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9
맞춤형 스튜디오 하우스
“크기에 욕심내지 않고 정리하고 가꿀 수 있을, 딱 그만큼만 지었어요”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대구의 오래된 주택이 밀집된 동네, 작은 필지에 사이 좋게 붙어 있는 집들이 대지 굴곡을 크게 거스르지 않은 채 옹기종기 앉아 있다. 전쟁의 피해로부터 용케 벗어나 고스란히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동네는, 그래서인지 오래된 슬래브 주택에서부터 최근 신축된 다세대주택까지 건축물이 다양하게 섞인 재미있는 동네다. 이곳에 새로 고친 집, ‘해경헌(偕景軒)’이 있다. 원하는 공간과 감성을 오롯이 담은 집을 만들기 위해 세월의 흔적이 곱게 쌓인 동네를 찾고, 낡되 운치 있는 집을 찾았으며,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찾아낸 건축주. 그 과정을 “정말 정말 재밌었다”며 회상하는 그의 곁에는 반려견 웅이가 늘 함께 한다. 97㎡ 남짓하게 지어진 이 집을 마련하는 데 든 총 비용은 대구 시내 같은 면적 아파트 가격보다 확실히 적다. 완벽하게 프라이버시가 보호되고 마당 또한 갖는다는 점, 그리고 전용면적을 오롯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혜택은 단순한 덧·뺄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난다. “원래 이렇게 빨리 지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짓게 되었어요, 하하”하고 싶은 건 꼭 하고 마는 강단 있는 건축주는 자기 소유의 집을 갖게 된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한다. 원래 대전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직장을 대구로 옮기며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디뎠다. 타지생활을 하는 5년 동안 그가 대구에 가진 인상은 ‘매력 덩어리’였다. 살아 있는 활기찬 느낌을 주는 이 도시에 터를 잡기로 결정하고는 3년 전 반려견 웅이도 식구로 들였고, 바쁜 직장생활에 짬을 내어 하고 싶던 미술도 배웠다. “원래 어릴 때부터 주택에 살다가 성인이 돼서 아파트에도 살아봤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편리하지도 않고 제게는 왠지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조용하고 차분한 거주환경과 웅이를 키울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원했던 건축주는 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 나섰고, 90세 노부부가 살던 낡은 주택이 매물로 나온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평범한 집을 만들려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을 거라는 그다. 자료를 찾고, 정보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건축박람회에서 더솔건축디자인연구소 정만우 건축가가 지은 주택 사진을 보게 됐고, 두 시간의 대화 끝에 궁합이 잘 맞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BEFORE_기존 외벽과 담장 사이 부분을 불법으로 증축해 창고와 주방, 보일러실로 쓰고 있었다. ▲ 건물 일부를 2층으로 구성해 건축주의 방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건축주는 계절마다 해 지는 위치가 변하는 모습을 몸소 체험한다. ◀ 실내에서 바라본 현관부. 복도 왼쪽에는 게스트룸과 드레스룸이, 오른쪽 창가에는 벤치를 제작했다. ▶ 옛 구옥의 뼈대는 고스란히 거실과 주방으로 구성되는 집의 중심공간이 되었다. 왼쪽으로는 브릿지를 통해 안방과 욕실로 향하는 미닫이문이 있다. 우리 집은 공사 중▲ 주택은 스튜디오 형식으로 모두 트여 있어 친구들과 소소한 모임을 갖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손님이 오면 거실과 게스트룸 사이, 거실과 취미실 사이의 미닫이 문을 닫아 공간을 구분하면 된다. 처음에는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까지 염두에 둔 프로젝트였다. 구옥이 워낙에 낡아서 뼈대를 살릴 수 없을 것 같아 보였고, 건물 뒤편 불법으로 증축한 부분을 모두 털어내고 나니, 막상 살릴 수 있는 면적도 크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축의 복병은 지역 지구의 건축법 즉, 대지 외곽선으로부터 3m씩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법령이었다. 안 그래도 작은 대지에 3m씩이나 들여 짓는다면 나올 수 있는 형태와 면적은 빤한 상황이었다. 건축주는 건축가와의 의논 끝에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증축해 면적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집짓기를 결정하고는 그 다음은 그야말로 ‘믿고 맡겼다’고. 전문가를 찾아내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일단 한 번 결정하고 난 뒤에는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현명한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예산의 1/3 이상을 땅 사는 데 썼다면, 나머지 2/3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결정하는 게 설계기간 동안 건축주에게 남겨진 숙제였다. 나무가 주는 편안한 느낌을 좋아했지만, 그 분위기를 내려면 비용이 끝없이 올라감을 알았다. 돈을 쓸 데와 아낄 데를 분류했고 항목별로 한계도 확실히 정했다. 단열과 창호, 채광에는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원칙이었고 상대적으로 가구와 욕실에는 욕심을 버렸다. 대신 건축가에게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침대를 비롯한 기본적인 가구는 애초에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하자 약속했다. 가구를 사기 시작하면 집이 좁아진다는 건축주의 지론을 받아들여 설계자 또한 침대와 식탁, 수전, 벤치, 드레스룸 등을 공간 곳곳에 계획해 넣었다. ◀ 골목길 안쪽, 소담스런 안마당을 가진 주택. 담의 벽화도 건축주가 직접 그린 것이다. 조만간 욕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담벼락에도 그림을 그릴까 한다. ▶ 기존에 불법으로 증축해 사용하던 뒷부분을 철거하고 프라이빗한 뒷마당으로 삼았다. HOUSE PLAN건물위치 : 대구광역시 / 건물규모 : 지상 2층건축면적 : 81.03㎡(24.51평) / 연면적 : 97.68㎡(29.55평)구조재 : 100 x 100㎜ 각파이프 + 난연패널 이중구조지붕재 : 컬러강판단열재 : 벽체 - 난연패널 100T + 공간 100㎜ + 난연패널 75T 지붕 - 난연패널 180T + 공간 100㎜ + 난연패널 50T 외벽마감재 : THK50 드라이비트, 컬러강판창호재 : 남선 265 이중창호(22㎜ 복층유리)설계 및 시공 : 더솔건축디자인연구소 정만우 www.the-sol.net◀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지붕 목재 서까래는 인테리어 요소로 남겨두었다. 천장에는 LED등을 매입해 간접광을 냈는데, 빨간 전선으로 포인트를 줬다. ▶ 물감 묻은 손을 바로 씻을 수 있게 취미실 안쪽으로 수전을 설치했다. ▲ 주변 집과의 시선 때문에 창을 하단에 냈다. 비 오는 날 자갈 위로 떨어지는 빗물 소리가 운치 있다. ▲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받는 내부 모습INTERIOR SOURCES내벽 마감: 친환경페인트 바닥재: 타일, 강화마루욕실 및 주방 타일: 수입타일수전 등 욕실기기: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주방 가구: 주문제작가구조명: 빛이예쁜우리집 LED 계단재: 자작나무 합판현관문: 동광명품도어방문: 현장제작붙박이장: 주문제작가구데크재: 방부목 27T 탁 트인 넓은 공간을 원한 건축주에게 스튜디오형 주택은 제격이었다. 처음부터 ‘방은 많이 만들지 않겠습니다!’ 선언한 그의 요구조건을 따라, ‘ㄷ’자 형태의 공간을 제안하고 게스트룸을 제외한 각 방 은 미닫이문으로 최소한의 구획 분할만 하게끔 했다. 기존 주택의 뼈대 부분을 ‘ㄷ’자의 가장 큰 축으로 삼아 개구부와 창문을 최대로 활용해 창과 문을 내고, 나머지 부분은 증축해 새로이 실내로 만들었다. 철골프레임으로 뼈대를 세우고, 샌드위치패널 이중 벽체 시공으로 단열성을 높이면서 철골이 외기와 접하지 않게 해 열전도로 인한 에너지손실을 차단했다. 매일 현장에 구경 온 건축주는 두꺼운 벽을 보고는 단열은 안심되면서도 실내가 좁아질까 걱정스럽기도 했다며 그때의 기억을 더듬는다. 앞뒤로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는 주택은 답답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의 우려를 뒤로하고, 여름날 에어컨 한 번 틀지 않았을 정도로 쾌적했다. 밖에서 보면 그저 오래된 동네 골목길 집 중 하나이지만 내부에서는 자유롭고 시원한 공간이다. 답답하지 않게끔 창을 내고 마당을 둘러 시선을 넓게 보낸 자유로운 집, ‘온화한 바람이 함께 하는 곳’이라는 의미로 건축가가 붙인 이름 ‘해경헌(偕景軒)’과 잘 어울리는 집이 탄생했다. 주방에서 보이는 거실과 마당의 풍경이 퇴근 후 지친 건축주에게 위로를 준다. 웅이도 종일 마당과 집을 오가며 마음껏 뛰논다. 잔디도 강아지도 관리할 수 있을 만큼만 욕심 내고 불필요하게 많이 두지 않는 그의 성격이, 집 이곳 저곳에 그득히 묻어난다. 집은 주인을 닮으니까 말이다.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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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8
기본에 충실한 저비용 정읍주택
긴 시간을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해 온 다섯 가족을 위해, 오래도록 튼튼할 새 집을 지어 주기로 했다. 어쩌면 작은 도움이지만 그들에겐 큰 기쁨이 되었을 저비용 주택 네 번째 프로젝트.취재 김연정 사진 황효철▲ 노출된 나무 구조를 통해 스터드 사이에 블럭킹(Blocking)을 추가해 수납용 선반으로 활용한다.DIAGRAM이 집은 ‘Low Cost House series’의 네 번째 프로젝트이자 전라북도에서의 첫 번째 집이다. 정읍시에 위치한 이집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세 아이가 거주하게 된다. 이 가족들은 무려 8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비닐하우스 집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화장실이 없고, 변변한 욕실이나 주방도 없었다. 그저 비닐하우스 안에 아버님이 만드신 합판으로 된 판자집이 있어, 그 단칸방에서 다섯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가족의 스트레스는 점점 커져만 갔고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안타까움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어린이재단 전북지역본부에서는 이 가족을 위한 집을 짓기로 결정하였고, 그렇게 해서 네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우선 집을 지을 땅을 마련해야 했다. 다행히도 비닐하우스가 세워져 있던 땅의 주인 할머니의 호의로 인접한100평 정도의 땅을 구입할 수 있었고, 여기에 새집을 신축하기로 결정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집을 새로 짓는 경우에는 언제나 공사비가 가장 큰 문제다. 앞서 완성한 장흥 프로젝트에서 컨테이너를 가지고 신축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신축이라는 부담감에 공사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컨테이너를 택했는데, 결론적으로 건축주의 거부감이 컸고 실제 살면서도 만족도가 많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신축을 해야 하니 무조건 다른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비닐하우스에 살던 가족에게 30평이 넘는 새 보금자리가 생겼다. PROCESS01 대지가 주변도로보다 높이가 낮아 약 60~80㎝ 정도 복토를 하는 토목공사를 진행하였다.02 복토된 대지에 기초를 안정적으로 앉히기 위해 파일 역할을 해줄 드럼통을 땅에 심고 그 위에 기초공사를 한다.03 목구조 부재들을 노출시키기 위해 골조공사 전 자재들을 모두 샌딩한다.04 샌딩한 구조목들을 이용해 구조를 만든다. 구조가 노출되기 때문에 못이나 기타 위험한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골조공사를 할 때 주의하면서 작업해야 한다.05 완성된 골조 바깥에 OSB 합판을 시공하고, 내부엔 가로블럭킹을 만들어서 구조역할도 하면서 선반의 역할도 할 수 있게 한다.06 외부엔 OSB, 방수시트, 샌드위치패널 그리고 컬러강판 골형의 순서로 외장공사를 진행한다.07 내부에선 마감이 필요한 벽체에만 석고보드를 두 겹 친다.08 마지막으로 노출된 목조에는 친환경 바니쉬를 칠하고 도배 및 타일공사를 한 후 마무리했다.▲ 정해진 공사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노출된 천장구조는 다락과 잘 어우러진다. ▲ 박공지붕을 선택한 덕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넓은 다락 공간을 갖게 되었다.HOUSE PLAN 대지위치 : 전북 정읍시 칠보면대지면적 : 330㎡(99.82평)건물규모 : 지상 1층건축면적 : 76.36㎡(23.09평)연면적 : 76.36㎡(23.09평)건폐율 : 23.1% 용적률 : 23.1%주차대수 : 1대구조재 : SPF 경량목구조지붕재 : 150㎜ 샌드위치패널 + 방수시트 + 컬러강판 골형외벽마감재 : 골강판창호재 : JADE 미국식 시스템창호시공 : Max Min House + Team of Rakwonsu설계 : JYA-RCHITECTS 070-8658-9912 www.jyarchitects.com총 비용 : 4천5백만원(토목공사 포함)결국 Low Cost House series에서 신축은 더더욱 공사비가 부담스러운 과제이다. 그래서 이번엔 일반적으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알려진 ‘조립식 패널주택’에서 고민을 시작하였다. 그 시공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는 경량철골로 골조를 세우고 단열을 위한 패널 벽체를 세우고 밖에는 원하는 외장재를 붙인다. 여기까지는 가장 간단한 방식의 시스템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부인데, 경량철골구조로 짓다보니 이를 마감하기 위해 다시 내부 벽체를 위한 구조(일명 상)를 세우고 거기에 판재인 보드를 치고 마감을 한다. 따져보니 이 공정에 들어가는 수고와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래서 구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았다. 경량철골조를 감추기 위한 마감공사가 필요하다면, 이 마감공사를 줄이기 위해 구조를 경량철골이 아닌 목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부를 마감하기 위한 공사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노출된 나무구조를 통해 인테리어가 필요없이 스터드 사이에 블록킹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납공간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집의 모양은 가장 효율적인 박공지붕 모양으로 했고, 외부마감재도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시공이 간단한 컬러강판 골형을 사용하였다. 모든 것은 저렴한 공사비에 최대한의 내부면적을 얻기 위한 아이디어로부터 결정되었다.PLAN-1F / PLAN-2F▲ 완성된 내부 공간. 모든 것은 최대한의 면적을 얻기 위한 아이디어로부터 결정되었다.◀ 경량철골이 아닌 목구조로 바꿔 마감공사를 줄이고 내부에 들어가는 공사비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 외부 마감재는 가격이 저렴하고 무엇보다 시공이 간단한 컬러강판 골형을 사용하였다.INTERIOR SOURCES내벽 마감 : 벽지(합지)바닥재 : PVC장판욕실 및 주방타일 : 자기질타일 300×600, 도기질타일 200×200수전 등 욕실기기 : Royal 도기주방가구 : 하이그로시 UV코팅 + 인조대리석상판계단재 : SPF 구조목 + 바니쉬 2회 도장현관문 : JADE 현관도어방문 : ABS 도어데크재 : 방부목이렇게 해서 시작한 공사였지만 역시나 다락을 포함해 30평이 넘는 집을 4천만원으로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거기에 토목공사를 포함한 부대비용까지 추가되다 보니 결국엔 공사비에 매우 쫓길 수밖에 없었다. 일부 추가된 비용을 재단에서 더 마련해 주었지만 분명 쉽지 않은 공사였다.공사를 진행해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마지막에는 결국 공사비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많았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고 부족한 게 많은 집이다. 다만 이 집을 짓기 위해 애쓴 어린이재단이나 정읍의 많은 이들의 노력은 모자람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그 책임감이 컸던 집이기도 하다. 부족하지만 기쁘게 받아준 건축주 가족에게 감사하며, 아이들과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라본다. <글 _ 원유민>건축가 집단 JYA-RCHITECTS원유민, 조장희, 안현희 세 명의 파트너로 구성된 젊은 건축가 집단. 네덜란드의 사무소와 한국의 대형, 소규모 사무소에서 각기 다른 건축 환경을 경험해온 삼십대 초반의 세 명이 서로가 고민해오던 우리사회가 가진 많은 현상들에 대해 서로 다른 경험들을 공유하고 교합하여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2013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고 근작으로 강진산내들아동센터, Pavilion 마량, 벌교주택, 장흥주택, 부암동주택, 덕산 W-building 등이 있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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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4
전주 붉은 벽돌 박공집
내부에 들어서면 가족의 일상이 반영된 공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려함보다는 평범함을 택한 네 식구의 박공지붕집이다.취재 김연정 사진 은호석▲ 도시와 농촌의 경계에 위치한 땅에 박공지붕의 집이 자리한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도 데크를 깔아주었다.▲ 침실과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붉은 벽돌 박공집은 중소도시와 한적한 농촌의 경계에 위치한 주택이다. 대도시 인근의 주택지에 지어지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집들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으로, 단순하고 명료한 주택을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설계를 시작하였다.첫 번째, 재료의 선택. 벽돌은 농촌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가장 익숙한 외장 재료이다. 벽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조적의 아름다움과 표현의 다양성, 단단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내구성에 비하여 값싼 자재로 전락하여 버린 안타까운 현실을 담고 싶었다. 주변에서 그저 그런 건물로 비추어질 위험이 있는 선택이었지만, 넓은 대지가 품은 건물의 비례감이 재료 본연의 중후함을 강조시켜 모악산에서 시작된 거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다는 강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현관에서 바라본 심플한 내부 모습 ▶ 삼각형의 창은 저녁에는 노을을 그대로 받으며 집 안 전체에 석양을 드리운다.두 번째, 조형의 선택. 지붕은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혹서와 혹한에 적응하는 제일 단순하고 전통적인 선택으로, 박공의 형태이다. 건물의 모양을 그대로 받아 올린 처마 없는 박공은 건물의 순수한 형태를 강조하기 위함이며, 더불어 2층(5m)과 지붕의 높이(2m)로 인해 땅에 깊게 박힌 형상이 된다. 건물 외부에서 벽돌 면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첨부된 요소는 하나도 없고 반대로 남측 창호의 면들이 내부로 들어옴으로써 처마와 같은 효과의 개구부를 이루어 각기 다른 입면을 구성한다. 서측의 박공지붕과 삼각형의 창호는 서재에 저녁노을을 그대로 받으며 집 안 전체에 석양을 드리운다.▲ 남측 창호의 면들이 내부로 들어옴으로써 처마와 같은 효과를 낸다.PLAN- 1F / PLAN – 2F▲ 집은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입면을 구성한다. 세 번째, 건축주의 선택. 건축주는 고등학생, 대학생 아들 둘을 둔 교수 부부이다. 첫 만남부터 강조한 부분은 남편이 글을 쓰는 서재에서 부인이 요리를 하는 부엌이 보였으면 한다는 것과 내·외부의 모든 부분이 되도록 가리는 곳 없이 한눈에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었다. 선택은 간단했다. 침실과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동시에 보이도록 열어 놓았다. 2층의 서재, 1층의 거실, 식당, 부엌을 7m 높이의 공간에 열어, 박공의 대공간을 하루 종일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계획이 건축주가 제일 만족해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2층을 가로 지르는 긴 책장 복도와 벽에 붙은 계단, 흔히 볼 수 없는 큰 원형 링의 조명, 슬립한 벽난로까지 어우러져 큰 틀의 공간에서 다양한 장소들을 제공한다.위 세 가지 선택은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강한 건축가들의 개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 일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의견을 솔직하게 받아들인 약한 건축의 결과이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생각들이 좋은 건축주와 건축가를 만난다면, 건축의 거주성은 지속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글 _ 임용민>HOUSE PLAN 대지위치 : 전북 전주시 건물용도 : 단독주택대지면적 : 1,614㎡(488.23평)건물규모 : 지상 2층건축면적 : 144.41㎡(43.68평)연면적 : 198.66㎡(60.09평)건폐율 : 8.95%용적률 : 12.31%구조 : 철근콘크리트조외부마감 : 벽체 - 적벽돌(치장쌓기) 지붕 - 알루프 징크(거멀접기)내부마감 : 석고보드위 비닐페인트, 무늬목패널최고높이 : 7.0m구조설계 : 건설방재기술연구원 고명환건축설계 : 이우종기계설계 : 원일엔지니어링 공유원전기설계 : 대화엔지니어링 박진형설계담당 : 고현우, 유경민, 서진원, 박선영, 황현태시공 : (유)엔도건설 박문규, 이윤설계 : 임용민(LIMAS) 063-220-2905 limas@jj.ac.kr▲ 2층을 가로 지르는 책장 복도와 벽에 붙은 계단, 원형의 링 조명이 어우러져, 큰 틀의 공간에서 다양한 장소를 제공한다.건축가 임용민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 라 빌레트 국립건축 6대학에서 수학하고 프랑스건축사자격증(DPLG)을 취득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한 건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일상의 건축을 도시 속에서 새롭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모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공공성을 넘은 공유·집합·거주라는 주제로 건축교육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주요 작품 전주 제니스빌딩, 당진 김대건신부기념성당, 완주 운암주택 외 다수※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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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9
스킵플로어가 만들어낸 공간의 변주
주어진 조건 속에서 건축주의 희망 사항을 공간 안에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일은 전문가의 고민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지하 취미실과 주차장에서부터 다락, 옥상까지 필요한 공간을 스킵플로어(Skip floor)로 층층이 쌓은 집을 찾았다.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대지면적 : 231.6㎡(70.06평)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건축면적 : 114.21㎡(34.55평)연면적 : 288.83㎡(87.37평)건폐율 : 49.31% 용적률 : 87.58%주차대수 : 2대최고높이 : 10.65m공법 : 기초, 지하층 - 철근콘크리트 지상층 - 경량목구조구조재 : 2×8 캐나다산 구조목재 2&BTR SPF등급지붕재 : 2×10 캐나다산 구조목재 2&BTR SPF등급단열재 : 에코배트 R30외벽마감재 : 청고벽돌, 블랙셔스, KMEW 사이딩창호재 : LG하우시스 3중유리 양면로이코팅 시스템창호설계 및 시공 : ㈜마고퍼스건축그룹 031-8017-0332 www.magopus.co.kr◀ 지하 주차장 진입로 옆 주택 현관부 ▶ 깔끔하게 마감된 실내 인테리어 쾌청한 하늘이 기분 좋은 날, 경기도 판교 단독주택단지에서 블랙의 모던한 외관을 자랑하는 집을 만났다. 건축주 부부와 두 아들이 사는 4인 가족의 첫 단독주택이다.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건축주 부부가 첫 집을 지으며 원했던 것은 꽤 명료하고 구체적이었다. 간결한 디자인에 차량 2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 벽난로, 2층 세탁실과 빨래를 말릴 수 있는 발코니, 서재로 활용할 수 있는 다락 공간 등이 갖춰진 집. 이것이 그들이 제시했던 집의 조건이었다.경사지가 아닌 평지에서 지하 주차장을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차가 외부에서 지하로 진입하는 길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대지는 건축물이 지정선에 2/3 이상 접해야 하는 건축지정선, 서쪽의 지정공유외부공지 등 제약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스킵플로어(Skip floor)’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1층씩 나누는 것과 달리, 이 집은 계단실을 중심으로 1/2층씩 올라간다. 지하 주차장은 1/2층 아래에 두어 주차장 출입구와 현관까지의 높이차를 최소화했다. 주차장 반 층 아래층인 완전한 지하 1층에는 취미실이 자리한다. 스킵플로어 구조는 각 공간을 성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누는 역할도 한다. 거실과 식당·주방, 자녀 공간과 부부 공간은 반 층의 높이차를 두어 영역을 분리했다. 가운데 계단실은 각 실을 구분 짓는 동시에 실타래처럼 엮어 하나로 묶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1층에서 다락까지 집의 중심을 관통하는 거실 벽난로의 연도는 한겨울에도 훈훈한 열기를 집 전체로 전달할 것이다.PLAN – GF / PLAN – 1F / PLAN – 2F▲주택 외관. 스킵플로어로 완만한 경사의 주차장 진입로를 확보했다.▲1층 거실에서 반 층 올라가면 주방 겸 식당이 있다.“일부러 돈 들여 운동하기도 하는데, 일상 속에서 이 정도의 움직임은 오히려 생활의 활력이 되죠.”따지고 보면 높이나 계단 수에서 다른 집들과 차이는 없지만, 나누어져 있는 계단 형태 때문에 계단이 더 많고 층수가 높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계단참 부분이 복도처럼 길게 형성되어 수직 동선이 조금 길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주는 이것이 바로 ‘즐겁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말한다. 층층이 쌓이며 더욱 다채롭고 풍성해진 공간감 역시 이 집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창은 인접 대지의 기존 주택과 남쪽 대지에 신축될 주택을 고려하여 건축주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크지 않게 냈다. 대신 볕이 잘 드는 남쪽에 코너창을 내어 채광을 확보했다. 1층 거실에서는 전면 창을 열면 외부 공간으로 바로 연결되는데, 이곳은 사실 공유지로 지정된 공간이다. 보통은 나무를 심어 담장을 만들지만, 건축주는 이웃집의 동의를 구해 개방된 공간으로 함께 쓰기로 했다. 덕분에 두 집 사이에는 작지만 넉넉한 잔디 마당과 정원이 생겼다.INTERIOR SOURCES내벽 마감 : Terraco 친환경 ecotop 실내페인트, LG 지아벽지바닥재 : Polished Tile & LG하우시스 원목마루욕실 및 주방타일 : 바스디포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 스탠다드주방가구 : 한샘 키친바흐조명 : 중앙조명계단재 : 티크무늬목 계단판현관문 : 신진도어방문 : 도장 제작도어붙박이장 : 도장 제작가구데크재 : LG하우시스 합성목재벽난로 : 삼미벽난로▲ 지하 주차장 진입로 옆 주택 현관부서재로 쓰는 다락. 천창을 내어 채광이 좋다.SECTION▲ 지하 주차장 진입로 옆 주택 현관부모던한 디자인에 샹들리에로 포인트를 준 주방 겸 식당. 건축주 부부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접시와 장식품이 눈길을 끈다.◀ 깔끔한 느낌의 2층 욕실 ▶ 세탁실에는 빨래를 널기 위한 발코니를 두었다.전날 밤, 막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건축주 가족의 표정에 피곤한 기색이 없다. 몸에 꼭 맞춘 듯한 내 집에서의 안락함이 먼 길을 오가며 쌓인 노곤함을 하룻밤 새 말끔히 풀어주었나 보다.“이제는 어딜 가도 막둥이 아들이 ‘엄마, 집엔 언제가?’하고 물어봐요. 어떤 휴양지, 관광지보다도 우리 집이 훨씬 재미있고 좋대요(웃음).”식사 준비를 마친 엄마가 아이를 부르자, 아이 방 앞 계단실 난간 위로 장난기 어린 얼굴을 빼꼼 내민다. 어느새 계단실을 쪼르르 달려 내려와 식탁 앞에 앉은 아이와 흐뭇하게 지켜보는 엄마. 이곳에서 건축주 가족은 한층 더 생기 있고 따뜻한 일상을 이어갈 것이다.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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